내 맘대로 안 되니까 자존심 상하자녀!(2)

비전공자 UX 분석

by JUNE HOLIDAY

https://youtu.be/1BzqctRGgaU

출처: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_Grandma' -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박막례 할머니]


손도 안 닿아(?) - 하드웨어의 문제



손만 댔을 뿐인데...

스마트 기기에서 '터치'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2018년도에 발행된 자료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패널에는 '정전용량 방식(Capacitive Type)'이 적용돼 있다고 한다. 복잡한 원리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사람의 몸에는 항상 전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터치스크린에 접촉하는 순간, 기기의 해당 부분의 정전용량이 변하게 되고 이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람의 피부가 닿는다고 해서 스마트폰이 모든 접촉을 '터치'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기능마다 그리고 앱 마다 터치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터치 감도를 선호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민감한 감도는 그것대로 불편을 야기하지만 사용자가 예상한 기준 이상의 압력을 가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기기에서 작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박막례 할머니께서는 본인의 예상보다 높은 터치 감도에 당황하셨다. 사실 이는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감도가 지나치게 높다기보다 할머니께서 '아, 이정도면 이 기계가 터치로 인식해서 이 버튼이 선택되겠구나'하는 경험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할머니께서는 테이크아웃 버튼을 지긋이 '누르며' 그 의미를 해석하고자 했지만 키오스크는 그 행위를 선택으로 받아들여 메뉴 선택 창으로 넘어갔다. 이 상황을 단순히 기기의 터치 감도에 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키오스크의 터치 감도가 더 낮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할머니는 똑같이 화면을 누르며 '테이크아웃'이라는 단어를 읽으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적당한 터치감과 더불어 쉽게 해독할 수 있는 레이블링, 직관적인 UI와 이미지, 적당한 폰트 등이 함께 조정되어야 함을 말한다.







키오스크 화면 밖에도 개선점들이 존재했다.

예상 외로 화면의 UI/UX뿐만 아니라 화면 밖에서도 할머니는 어려움을 겪으셨다. 바로 화면 우측 상단의 '이전' 버튼에 손이 닿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전' 버튼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UI도 문제지만, 그전에 어떤 사람이라도 화면 전체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이는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키가 작은 성인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 혹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현재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물론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영상에 나온 것과 비슷한 형태의 키오스크를 사용한다. 세로로 긴 형태의 키오스크이기 때문에 위 화면과 같은 애로사항에 부딪치는 사용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본인은 키가 178cm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높아서 잘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하물며 '아 저 버튼은 좀 높아서 누를 수가 없다'는 경험은 더욱이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구나 라는 상상을 처음 해보게 되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체형과 신체적 특징에 꼭 들어맞는 디자인은 할 수 없다. 대량으로 생산해야 되며, 아직까지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한국 키오스크 산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주 조금씩 노인,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의 스마트기기 접근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로 지난 해 6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도 하였다.


영상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IC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는 키오스크보다 어르신 세대에게 많이 익숙하긴 하지만, 키오스크마다 카드 투입구의 위치, 색상 등이 다르기때문에 메뉴를 모두 선택하고도 멈칫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꽤 계신다. IC칩이 위로 가게 하여 카드에 그려진 화살표 방향으로 카드 투입구에 끝까지 밀어넣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카드 투입구와 영수증 프린터를 혼동하거나 카드 방향을 반대로 꽂는 실수가 종종 일어난다. 직관적으로 눈에 띄지 않고 그 사용법이 드러나지 않는 UI/UX는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화면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UX는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공간 전체를 큰 의미로는 UX의 범위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와 노인이 똑같이 빠른 속도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취약 계층에게 혼자서도 주문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박막례 할머니의 키오스크 사용기를 기반으로 작성한 글이기 때문에 영상에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되돌아 보니 모든 젊은이들은 키오스크를 아무 어려움 없이 활용하는 것처럼 써놨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나도 처음 사용하는 키오스크나 메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면 당황하기도 한다. 다만 노인을 비롯한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을 더 많이 경험할 것이기 때문에 박막례 할머니 영상을 참고하여 기본적인 분석을 해본 것 뿐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매일매일의 뉴스를 쫓아가는 것도 벅찰 만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그러나 기술의 의의는 발전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기술 발전의 의의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없는 기술은 온전한 의미를 지니지 못 하기 때문에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에 녹아든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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