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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이 Feb 26. 2016

작품과 아티스트 인성의 상관관계

좋은 가사를 쓴다고 꼭 좋은 남자는 아니더라는 것

1. 대학을 위해 그림을 그려대던 시절,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단 걸 알았다.

못난 입시생이었던 나의 그림에 비해 그의 그림은 항상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에 그의 다른 얼굴은 꽤나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2. 그리고 집에서 구운 CD를 공연장에서 오천 원에 팔던 스물두 살, 존경하던 뮤지션의 지독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좋은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단 것을 또 알았다. 

그 이후로도 좋아하는 뮤지션 여러 명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종종 볼 기회가 생겼고, 좋은 가사를 쓴다고 꼭 좋은 사람, 좋은 남자는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아직 똑똑한 글을 쓰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본 적은 없지만, 똑똑한 글을 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농담처럼 오고 간 이야기 중에, 예술하는 남자는 만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평생을 그 남자의 소설 속-노래 속 - 그림 속 '옛 여인' 이 되고, 둘만의 사랑 얘기가 만인의 이야기가 되어 두고두고 남들에게 되감기 되어진다고. 심지어 유명해지기라도 한다면 주인공을 찾아보려는 누리꾼들 덕에 꽤나 피곤해질 수 있다고!!! 어느 정도 공감한다. 이건 '남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닌, 예술하는 사람의 인생에 발을 딛는다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니까. 옛 연인을 작품의 소재로 정했다면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외양이나 직업, 만난 장소나 이름 등 허구의 인물로 변신시켜 주면 고맙겠다)


4.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외적으로 내비쳐진 모습 뒤에 내 상식선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전처럼 넋 빠진 것처럼 좋아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흔히들  '얼빠'라고, 비주얼만 좋다면 그 사람을 '안고 간다'는 식으로 표현하며 그 사람의 작품 외적인 부분까지 눈감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적어도 나는 인간성과 그 사람의 작업을 떼어놓고 보지 못한다. 세상엔 자신의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제대로 된 가치관을 지닌 많은 배우가 있으니 다른 배우를 좋아하면 되니까. 


5. 그런데 이상하게,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 같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사진이나 비싼 카메라로 찍은 사진 말고, 그 순간을 진짜 좋아해야 나올 수 있는 사진들을 찍는 사람. 완성되는 순간이 정말 찰나이기에(물론 준비하는 시간은 길지만), 그 순간만큼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솔직하게 감정이 담기는 예술. 


그래서 정말, 감정이 담긴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발로 셔터를 누른 뒤 포토샵으로 살려보겠다고 붙잡고 늘어지는 구차한 내가 있다. 언젠가 나도 내가 만나는 매 순간을 더 사랑하게 된다면. 솔직하면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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