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궁금할 누군가를 위하여
안녕, 나는 3개월 남겨놓은 스물 아홉살 이고요. 연극 뭐 그 비슷한 걸 전공했는데 지금은 커피를 팔고 있어요. 아직도 커다란 무대를 보면 눈물이 나는 걸 보면 아직 그 같잖은 미련이나 겉멋을 버리진 못한 것 같아요. 무대예술은 인생도 있구 음악두 있구 미술두 있구 이야기도 있구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미련을 버리지 못할만 하니까는.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아직도 술안주는 과거뿐인 그런 나라서 미안합니다.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는 게 좋아서 음악을 했었어요. 실력은 없었지만 반짝이는 조명이 너무 좋았거든요. 나는 지금 이렇게 바삭바삭 마른 감성으로 하루하루 신분당선을 탄다지만 지금 그 친구들은 여전히 반짝반짝하답니다.
대학에 예비 1번으로 떨어지고 공무원 비슷한 게 될 수 있는 시험에 0.35점 차이로 떨어졌어요.
인생은 한 끗 차이라지만, 매번 눈 앞에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요. 한 명만 죽었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어요.
엄마가 아프고 나니 그런 실패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단 걸 알았어요.
착하기만 하고 고생만 좆빠지도록 한 우리 엄마가 위암에 걸렸다가 나았는데, 완치판정 받자마자 이번엔 폐암이라더라고요. 4기. 담배라곤 입에도 댄 적 없는 우리 엄마가 폐암이라니. 억울하긴 한데 따질 데가 없어요. 왜냐면 따질 데는 저기 저 위에 하나님뿐인데 거긴 내가 의지해야 되서요. 그래서 따질 데가 없어요.
내가 엄마한테 잘한 짓이 하나도 없어서 어디다가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하소연할 염치가 없어서 브런치에 가끔 일기를 써요.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하면 다들 친구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남들보다 친구는 많은 편이에요. 근데 기쁜 얘기도 많이 하면 질리는데 하물며 나쁜 이야기는 어떨까요. 그래서 이야기하지 못해요. 지금 나는 그 어떤 마음아픔도 더해지면 안 되거든요.
누가 나한테 질려서 날 떠나면 어떡해. 난 지금 침몰 직전이라 조금의 자극에도 가라앉아 버릴지 몰라요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는 거 같고요. 기억에 남는 사랑했던 남자도 없어요. 그냥 인생 통틀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너무너무 착한 우리 엄마가 나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거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