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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Feb 07. 2019

세뱃돈으로 미국 주식 사기

아이가 얼마나 벌었나요?


유일하게 무노동 소득을 올릴 수 있는 1년의 단 하나뿐인 날.

그렇게 설날을 초4 딸은 애타게 기다려왔다. 누구에게 얼마를 받을 거 같다는 예산(?) 계획 같은 것도 짜고. 친가, 외가 친척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명절을 보냈다. 그렇게 그녀가 세배를 통해 얻은 소득은 60만 원. 워낙 아이가 없는 집안이라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초등 치고는 쎘던 것 같다.


" 그 돈 잃어버릴라. 엄마 줘."


이런 말은 더 이상 안 통한다. 자기가 받은 현금을 한 봉투에 모으고 봉투 끝을 살짝 접어 다른 사람 것과 헷갈리지 않게 표시까지 하는 영리함을 보여줬으니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폰을 사겠다는 다짐을 내게 확인받는다. 지금까지 아이는 삼성전자 주주라며 갤럭시폰을 쓰게 했는데, 아무리 봐도 한 입 베어 물은 그 메탈릭한 사과가 마음에 드나 보다. 아이폰을 사고 싶다고 말한 지 거의 6개월.


" 아이폰을 사야 되는 이유를 5가지만 대서 엄마를 설득해봐."


" 일단 디자인이 예쁘고,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고,  케이스가 예쁜 게 많고, 아이폰만 가능한 앱이 있고,  제일 중요한 건 브랜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본인만의 확고한 논리력에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여태껏 아이폰은 허세라며 LG나 삼성폰만 써왔던 게 나였는데. 초4 딸에게는 그토록 아이폰이 갈구의 대상이었나 보다. 방탄소년단도 초딩이 먼저 알아봤고, 유튜브도 초딩이 먼저 썼는데 아이폰도 결국 초딩의 힘으로 올라오는 건가?  


세뱃돈 60만 원 중 40만 원은 아이폰 7을 사는 데 쓰고
20만 원은 애플 주식을 사기로


최신형 아이폰은 15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아이의 통장에 있는 돈을 보태서 사면 가능하겠지만, 본인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나 보다. 7 정도면 엄마가 허락해줄 거라 예상하고 순순히 OK 했다. 나머지 20만 원은 내가 애플 1주(현재 185달러) 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토록 갖고 싶은 아이폰 회사의 주주가 되어 지속적으로 주식과 배당을 모으다 보면 나중에는 최신형으로 거뜬히 살 수도 있다고 살살 설득했다.


아이 포트는 국내 주식과 비과세 해외펀드(신흥국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아이 몫으로 미국 주식을 사는 건 처음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금리 인상 계획이 없는 시점이라 배당 위주의 주식을 더 담으려던 전략을 아이에게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애플은 워런 버핏이 3대 주주로 있는 미국 소비재 주식이다.  또한 중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중국인들은 사과를 핑 구아(苹果)라고 하는데 '화평할 평'자를 쓰기 때문에 좋아하는 과일이다. 그래서 애플의 사과 마크에 대한 로망이 더 크다고  예전에 중국어 선생님이 얘기해주신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지금 사이가 좋지 않으니 당연 아이폰도 매출을 고전하고 있다.


< 작년 말 PER 12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다시 14.37까지 올라왔다.>


애플 매출의 60% 이상이 아이폰이 차지하고 있지만, 서비스 부분의 확대와 영업이익률을 생각하자면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템이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이 없어 굳이 기계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충성도 높은 유저들에게 서비스로 매출을 일으키면 된다는 논리다. 게다가  25%의 배당 성향도 무시 못할 매력이다. 그리고 전기차. 투자 대비 효율이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지지만.  등장하기만 한다면 지금 10대가 자랐을 미래에는 다들 애플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을까?





세뱃돈으로 미국 주식을 한 주 사기 위해 애플 주식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꼭 미국 주식이 아니라도 괜찮다. 강남 지역 고등학교는 선택 과목으로 '경제'를 기본으로 한다 한다. 아이와도 경제와 돈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매 월 들어오는 소득은 용돈이고, 한 번씩 이벤트로 들어오는 건 보너스다. 그렇게 자신의 소득과 적립식, 거치식 자산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예산 안에서 소비와 저축을 계획하는 것

먼 미래를 위해 투자의 씨를 뿌리는 것


이 모든 것은 가정 안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세뱃돈 다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천천히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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