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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idayreading Jan 06. 2019

2018년 마무리 일기

2017년 12월 31일에 적은, 

모바일 일기장에 쓴 2018년 나의 다짐은 


"나의 선택을 믿고 더욱 더 힘을 빼자.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믿자"


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위의 다짐을 기억하고 내내 잘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실체를 알리없는 막막한 욕심과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따라주지 않는 체력과 미움 받을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1. 공적으로, 잘한 일 

-꾸준한 영화 관람 

: 영화 마케터라고 하기 부족할 만큼 일을 시작하면 과거엔 다른 영화들을 볼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던 시간들이 었다. 올해는 왓챠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출퇴근 시간 틈틈이 영화를 챙겼고 주요 이슈가 되는 영화들은 극장에서 관람했다. 물론 여전히 놓쳐서 아쉬운 작품들도 수없이 많다. <중쇄를 찍자>와 <소소하지만 굉장해! 교열결 코노 에츠코>라는 인생 일드를 만난 부분도 일상을 풍요롭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을 쳐내기 바쁘고, 배우기 바빴던 시간이 지나고 8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이제는 더 시장을 읽을 수 있는, 시장을 예측 할 수 있는, 그리고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 건 긍정적인 책임이다. 


-하고 싶은 작품들을 욕심내서 진행해본 것 

: 영화 <소공녀> 마케팅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욕심내본 작품이었다.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 자리에 감사히도 초대해주셨다. 마케팅팀 중에 내가 유일했다. 이 작품을 통해 능력있고 의리 넘치지만 겸손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분들을 만났다. 조금은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작품을 하다보면 '팀'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들이 많지는 않은 편인데, 결국, 잘되는 작품들은 보고나면 우리가 '팀'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분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어떤 리더가 되어 모두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내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인연으로 시작된, 행복한 팀의 더 가슴 벅찬 작품 한 편을 하게 될 예정이다. 


-책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꾸준히 읽은 것 

: 항상 언어의 빈곤함, 표현의 결핍을 경험하고 있기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책이었다. 누군가에게 명품백과 화장품이 필수템이라면, 내게는 제대로 읽지 못할 지언 정, 항상 가방 안에 책 한권, 그리고 밀리의 서재 구독을 통해 끊임없이 머리 속으로 단어와 문장들을 구겨넣었다. 책에 대한 집착이라기 보단, 감정들을 비유할 수 있는 풍성한 수식어들을 찾는 여정이었다. 책의 본질적인 즐거움이 다소 사라진 부분은 안타깝지만 그를 경고로 느끼고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책들을 읽으며 오랫만에 책 속에 빠져들고 흡입하게 되는 시간을 경험했다. 정희진 작가와 김소연 시인과 김하나 작가와 박완서 작가를 만났고, 우주가 그렇다면 믿을 수 있겠다 싶은, 밤의 한가운데 고요한 우리집 안에서 스탠드에 의지해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참으로 달달했다. 


-팟캐스트를 들은 것 #책읽아웃 #서늘한여름밤 #김혜리의필름클럽 #책이게뭐라고 등 

: 지적 허영심과 갈증을 채워준 팔할, 그리고 나의 출퇴근 시간을 책임져준 건 다름아닌 팟캐스트였다. 여성으로써 무의식 중에 인정해 온 시소게임이었던 여성의 진짜 권리들과, 이제는 내 삶이 되어버린 동물권, 그리고 깊이있는 영화 읽기. 친구들과 나눌 수 없었던 지적 갈증과 대화를 팟캐스트를 통해 차곡차곡 채우면서 괜히 나도 조금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갖게 되었다. 아는 것이 아닌, 실천하고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외침의 순간에, 내가 꼭 서 있을 거다. 


- 아주 조금, 주변 사람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 

: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 건 스무살 대학 이후 였을 거다. 괜히 오그라들고, 바쁘다는 가장 큰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겨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배우게 되었고, 업과 관련된 사람들과 따로 사적으로 만나서 네트워킹을 쌓는 것은 성격과도 잘 안맞으니 작게 경조사라도 챙겨주는 것에 감사함을 배웠다. 소소한 행복에 축하하고 선물을 나누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큰 가치임을 느낀 시간이다. 여전히 미숙하지만 조금은 더 챙기고 표현하는 법을 익혀나가고 있다. 생각보다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만큼 더 온기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사적인, 행복한 일 

- 평생 짝꿍과 함께 하던 일상의 소중한 시간들

: 다행이도 여전히 남편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가장 재미있고 가장 나답다. 나를 언제나 위해주는 사람이 곁에 존재한다는 건 큰 힘이 된다.


- 행복한 덕질 : 워너원 콘서트 / H.O.T. 콘서트

: 어릴적 습관이 어딜가겠는가. H.O.T. 빠순이였던 그 시절 10대 소녀의 유일한 탈출구였던 오빠들의 콘서트. 2018년 가장 행복했던 우리 모두를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했던 그 시절로 소환해준 그들에게 고마웠다. 아직도, 여전히, 무대 위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에 비해 10살도 더 어린 이에게 덕질을 하게 해준 워너원월드투어의 첫 시작, 서울콘에 다녀온 것도 잊을 수 없는 행복 모먼트. 심지어 어느순간 가족 마저도 실익을 따지게 되는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누군가에겐 철 없어 보이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행복이고 엔돌핀이라는 걸. 언젠가 꼭 성덕이 되겠다고 다짐! 


- 무지개다리를 건널 뻔 했던 3마리의 고양이가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게 된 것 

: 동물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품은 부분 또한 큰 수확.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기쁨 만큼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도 엄연한 생명이라는 걸 너무 깊이 알아버렸다. 한마리의 냥이를 떠나보내고, 죽을 뻔했던 냥이들을 키우게 된 일. 게다가, 집 앞에 찾아오는 길냥이들까지 생기면서 케어해야할 동물들이 많이 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챙겨줘야지. 집 안으로 들이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키우는 샤미와 2층에서 잠시 임보 중인 럭키, 장수, 만세. 아침저녁으로 우리 집에 찾아오는 찐빵이, 카레까지. 내가 무언가 범지구 안에서 생명체를 보호한다는 느낌이 나쁘진 않다.  



3. 심적으로 인정한 일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이해한 일  

: 내가 얼마나 마음이 여리고 외로움도 많이 탔던 사람이라는 걸.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사람, 순발력이나 재치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그 무엇 하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는 많이 노력해야하는 사람이라는 걸 체득하고 인식해하고 있다. 그래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조금씩 나를 더 알게 되어서.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아직도 34년째 함께 살았으면서 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과정이 싫지 않은 기분이 드는 건 30대가 되면서 느낀 가장 큰 수확. 막막했던 불안감이 축소 되었다. 


4. 2019년 계획 

보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 놈의 바보같은 '성장'이라는 말이 나를 항상 옥죄곤 하지만 필수불가결하게 나를 지탱하는 원동력 같다. 멈추기 싫은 것, 휴식 시간 마저도 어떤 인풋이나 성장을 위한 시간이길 바라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대신 초조하다고 급하게 처리하지 않고 차분히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자 한다. 좀 더 릴렉스 하는 순간들이 존재해야하고 스스로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자 한다. 

 

언어감각이 빈곤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책과 영화를 많이 읽고 많이 흡수할꺼다. 이건 변치 않는 매년의 다짐.

영어 공부도 퇴사와 함께 다시 시작해서 어떤 자격증이든 시험 점수를 따보든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6월 이후, 나는 영화 마케터의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할 예정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스스로 행복해야 행복하다. 온전한 나의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 

분명 욕심이다. 나의 결과물이 소소해도 괜찮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빛내는 조력자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지만 좀 더 본질적인 프로덕션 과정에 참여 혹은 기획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 

더 늦어지면 안된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생각을 글로, 영상으로, 펼쳐내는 일. 

아직은 막막하지만 왠지 기대되는 순간들이기에 나의 미래를 새롭게 기대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몇 년 째 고민 중인데,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대신 내가 결정하는 순간만큼은 확신이다. 나와 남편을 닮은 아이를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지지할 거라는 걸. 아이를 낳던 낳지 않던 후회하는 행동은 하기 싫다. 


나는,

잘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 

한해의 마지막날까지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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