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놓기로 한다.
올해로 서른 셋. 33살. 85년생. 전직 영화 마케터. 현직 결혼 6개월 차 새댁. 백수.
영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첫 취업을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유명 영화홍보사에서 많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을 서포트했다. 이후 평소 더 많은 애정이 있었던 예술영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양성예술영화수입배급사에서 영화 마케터로 총 6년을 일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내 아래에도 많은 직원을 들여보내고 또 떠나보냈으며 회사에서 여러 부침을 겪으며 중요한 허리로, 또 총괄로 일을 했다.
그리고 2016년 8월 28일,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게 해온 현재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지금은 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이자, 남편이 태어난 곳. 그리고 우리(가 만든)집이 있는 당진이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만 일했던, 게다가 나는 트렌드를 선도하고 예술과 아주 밀접한 삶을 살았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서울촌년, 서울토박이에게 지금의 삶이 결코 쉬운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의 우려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그와 이별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남편의 설득과 많은 고민 끝에 낯선 도시(지방)에서의 삶을 선택했고 한 달 째 새댁 주부이자 (돈벌이 없는) 백수로 살고 있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른다.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은 채 결혼과 함께 당진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퇴사 한달 후, 우리는 혼인 신고까지 마쳤다.
호기심 많은 성격 덕분에 새로운 지역에서의 삶이 힘들다기 보다는 흥분되는 것도 사실이며, 아직까지는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다행이도 새롭고 신선하다. 그리고 이 곳에서의 삶은 어찌보면 내게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던 '안식년' 이 주어졌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도 꿈꾸던 '인풋'의 시간이 아닌가. 항상 무엇인가를 뽑아내야하는 업이었기에 인풋이 턱 없이 부족했던 시간. 이제는 편하게 영화도, 드라마도, 책도, 음악도 듣고, 글도 쓸 수 있는 풍성한 달콤하고 풍성한 시간이 내게도 왔다.
앞으로 이 곳 브런치에 누군가에겐 사사롭고 너무나 일상적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새롭고 특별한 이 곳 당진에서의 일상과 나의 다양한 감정 기록들을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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