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공황장애를 가진 테라피스트
누구나 한 번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춘기 때의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처럼
어른이 된 나에게 또 다른 차원의 질문이 던져졌다.
밀린 숙제처럼 답답함이 느껴졌다.
망설임 없이 답을 하는데 머릿속에 떠도는
여러 개의 단어와 그럴싸한 표현들만 있을 뿐,
그 주춤거리는 시간에서의 자괴감이란......
누군가는 일을 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어딘가에서 본 표현을 빌려 쓰자면
일이란 여행에서의 가방과 같다고 했다.
없어선 안되지만 불편한 존재.
어른의 사춘기를 겪으며 없어선 안 되는
이 존재를 어떻게 여기는가는
적어도 나에게서 만큼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가진
테라피스트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직업이었다면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는 별개의 문제였을지 모르지만
나는 문제 속에 문제를 끌어안은 폭탄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테라피스트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나의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어설프게 착한 사람이 가장 괴롭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고
나와 나의 삶에 다리 하나씩을 걸고
위기가 올 때마다 가랑이가 찢어졌다.
편안하지 않은 내가 누군가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과 같았다.
몸에서는 여러 가지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왔고
나는 무시했다. 그리고 어느새 불이 꺼졌다.
깜깜한 암흑 속에서 계속 걸었다.
직업은 나의 존재의 이유였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는데 무척 애를 썼다.
‘의사는 암에 걸리지 않느냐’와 같은
비겁하고 유치한 이유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남은 속일지언정 스스로 속이기란 어렵다.
이유를 찾고 싶을 때도 있었고
이유가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아지고 싶다는 사실이었다.
나아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병원을 찾아갔고 상담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어떤 일을 하세요?’
부끄러웠지만 대답했다.
구비구비 둘러둘러
돌아온 대답은 여러 개의 문장이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단 한 문장
‘아시겠지만 약은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지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힘듦의 정 중앙에 선 나에게는 가혹한 말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말이다.
힘들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힘듦을 벗어날 때는
오로지 나만이 나를 구한다.
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며
나는 일적으로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언젠가부터 나의 직업이 숙명이 되었고
천직이다 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나의 몸과 마음, 정신의 문제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나의 일을 사랑할 수 없었으리라 단언한다
지금에서야 나는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내가 아는 것까지만 편해진 것이겠지만
이유를 찾았고,
연쇄적으로 밀린 숙제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나는 나를 ‘테라피스트’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혹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나와 같은 힘듦이 있다면 이 순간 테라피스트도 편안하지 못할 때가 있음으로 위로하고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권해본다.
나아지는 나름의 비법 전수
1.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멀어져라.
2.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장소에 누워라.
3. 코로 숨을 마시고 입으로 뱉기를 반복하라.
4. 두 손끝을 이용해서 가능한 몸의 전체를 두드려라.
5. 두드리는 데에만 집중하라.
6.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 가만히 멈춘다.
7. 머릿속에 재잘대는 소리를 들어보라.
8. 머릿속에 하나의 문과 스위치 그려라.
9. 불을 끄고 문 열고 나온 다음 다시 닫아라.
10. 네가 있고 싶은 장소에 너를 그려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