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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덜란딩 민수현 Nov 30. 2021

일상은 별 거 없지만 특별하다.

평범했던 일상은 특별했다.

10년 전 나는 베개속에 파묻어 펑펑 울었다. 정말 좋아했던 사람과의 첫 연애가 막을 내리고

처음 느끼는 이별의 감정은, 스무 살인 나에게 버거웠다.


9년 전, 나는 약 3개월 동안 난생처음 해외로 나 혼자 나가게 되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20대의 가장 빛나고 잊지 못할 3개월. 대만에서의 봉사활동은 , 지금의 자신감 있는 나를 만들어 주었다.


10년 넘게 키운 강아지 유리의 죽음. 전화 너머로 평생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을 접했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슬픈 일이었지만, 왜 하필 내가 멀리 있을 때였을까.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며 후회의 늪에 빠졌다. 더 놀아줄 걸, 더 같이 산책할 걸, 더 맛있는 걸 줄 걸, 집에 더 일찍 들어가서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걸. 이젠 더이상 유리와 함께 특별한 일상을 보낼 수 없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장염에 걸려서 1주일 넘게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 조차 힘들었다. 온 몸에는 힘이 빠져 덜덜 떨었고, 면역 수치도 낮게 나와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다. 장염이란 놈은 나의 일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부디 모든 게 괜찮길,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흘러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2년 전 나는 지금의 회사 면접에 붙기 위해 한 달 넘게 밤을 새워가며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 아마 내 20대 중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어 혼자 네덜란드로 오게 되었다. 두려움보다 부푼 설렘이 가득했다. 새로 마주할 사람들, 눈 앞에 펼쳐질 동화같은 출근길, 이 모든 일상이 빛나 보였다.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고 특히 유럽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1년 반 전에 네덜란드는 국가 전체 봉쇄가 시작되었고 나의 일상 또한 많이 변화되었다. 회사는 정리 해고를 시작했고, 대상자 중에서는 친했던 동료들도 있었다.


해외에서의 생활이 안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나는 이직을 준비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꿈의 기업에서 면접을 보게 됐다. 2년 전처럼 나는 몰입도를 높여 꿈을 향해 순항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결실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전체 봉쇄된 도시처럼, 적막해진 길거리 처럼 나의 마음 또한 쓸쓸함과 막막함으로 덮어졌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마음이 아플 수도 있고, 건강을 안 좋아질 수도, 이별을 마주할 수도, 믿었던 특별한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될 수도, 노력이 꿈의 결실로 이뤄질 수도, 생각치 못한 행운을 마주할 수도…


누군가에겐 나의 평범한 일상은 특별함이고, 돌아보면 너무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한 순간이었다.

사소했던 행복들이 나를 살아가게 함을 실감한다. 평범함은 되려 특별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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