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덜란딩 민수현 Aug 25. 2020

코로나가 바꾼 유럽 마케터의 일상

재택 근무 5개월 째, 코로나 비포 애프터를 공유합니다.


여행, 자유, 맥주, 파티 유럽 라이프에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유럽 회사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매일매일이 여행이고, 자유롭게 다양한 도시를 맥주와 함께 파티를 즐긴 나의 일상이 바뀌었다. 



출근


Before:  9시30분까지 회사를 가기 위해 8:20분 기상,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 아침에 간단하게 사과 한 개를 먹고 출근길로 향했다. 회사내 직원 카페테리아에서 더블샷 카푸치노 그리고 갓 구운 치즈 크로와상을 먹었다. 

모든 음료는 50센트에 판매됐다. 크로와상도 마찬가지.

출근 중 찍었던 암스테르담 센트럴역

After: 9시 15분에 눈을 떠 간단하게 세수를 한다.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따른다. 그냥 우걱우걱 먹는다. 잠을 깨기 위해 집에 있는 캡슐 커피와 우유를 넣은 나만의 카푸치노 완성! 출근 준비와 아침이 많이 간소해졌다.



팀 미팅


Before: 주 2회, 스탠드업 미팅을 진행했다. 각 팀원이 서서 (의자나 쇼파가 있으면 그냥 앉는다) 한 주 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어떻게 진행할 건지 그리고 문제점을 공유한다.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미팅은 최대한 짧고 굵게, 업무 외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스탠드업 미팅 (이미지 출처: giftogram)

After: 화상 미팅에 참여한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재택근무는 어렵지 않는지, 반려동물은 어떻게 지내는지 화면 너머 보이는 직원의 아이들과 배우자와의 인사. 업무 이야기보다 서로의 안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지금 우리에겐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밌다. 단순한 일상의 재미를 어린아이처럼 되찾은 것 같다.



업무 효율


Before: 우리 팀은 전 세계 검색 엔진을 관리하고 광고를 집행한다. 수십억, 수백억 예산을 관리하는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 형태로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 수시로 카페테리아에서 상황과 의견을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는다.

때론 서로의 스크립트를 보면서 같이 공유하고, 같은 화면으로 데이터 대시보드를 열어두고 인사이트를 찾는다.


After화상으로도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꼭 집어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과 단점은 확실하게 존재한다. 미팅 도중 미묘한 공백이 생기고,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보단 발언권을 특정 상대에게 토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화면을 슬라이드로 공유해도 확실히 대면으로 일하는 거에 비해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광고 효율을 데이터로 분석하기 때문에 퍼포먼스에는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



식사


Before: 아침, 점심, 저녁 대부분을 다 회사에서 해결했다. 열일하며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그 꿀 같은 순간! 점심이 워낙 종류별로 잘 나와서 (에피타이저, 샐러드, 메인, 서브 메인, 디저트, 과일, 직접 만든 스무디 등등) 입사 후 5킬로가 쪘다 (ㅋㅋ). 스테이크, 라면, 우동, 닭구이, 튀김, 생선구이 등등.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엔 저녁으로 싸갔다. 매주 목요일엔 마케팅 부서 파티가 있어서 조기 퇴근 후 맥주/와인/샴페인도 함께 했었군. 이쯤 되면 내 체지방 최대 주주는 우리 회사다.


부킹닷컴 사내 점심 메뉴


After모든 끼니를 한때 배달음식으로 채웠다가 늘어나는 뱃살과 날씬해진 통장 잔고를 보며 요즘엔 탄단지 영양분을 고려해 직접 만들어 먹는다. 시간도 걸리고, 치우는 것도 귀찮지만 내가 만든 음식이니 맛에 대해 관대해졌다. 그래도 나름 잘 챙겨 먹는 거 같다. 


직접 해먹은 식사



여가 생활


Before: 날씨가 좋은 날엔 직원들이랑 공원에서 맥주와 바베큐를, 심심한 주말엔 계획 없이 떠나는 유럽 여행, 저녁에 입이 심심할 땐 집 앞 펍에서 감자튀김과 맥주를, 일상에 지친 어느 날엔 반 고흐 미술 전시회 힐링. 이외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면 좋았을 정도로. 


After:  코로나 경각심이 크지 않은 유럽에서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회사에선 워낙 식사가 골고루 잘 나왔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 주 1회, 일부 팀원들은 야외 식사가 가능한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 모니터가 없어서 불편하지만 서로 얼굴보며 이야기가 가능한 부분에 의미를 둔다. 이외 외부 활동은 많이 자제하려고 한다. 


동네 팀원과 힘께 일하고 식사한 날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했고, 내가 종사하고 있는 여행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가끔 길에서 무차별한 동양인 혐오를 경험한다. 연고없는 나라에서 간혹 무섭기도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의 숲에서 허우적대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을 더 보살피다보니, 멘탈은 더 강해졌다.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은 가벼워졌고, 내 공간을 더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마음은 상쾌해졌다. 여행업계가 어려운 와중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감사하게 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악몽 같은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다시 화사하고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그리고 무탈하고 버겁지 않은 일상이 되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