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의 선택과 이유
여행과 데이터 분석을 좋아하는 마케터, 유럽(네덜란드)의 여행/IT 플랫폼에서 활약하고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나를 나 자신으로 인정해주는 곳이 유럽이었다. 유럽에서는 모든 게 다 정상이다. 개인을 개인으로 인정해주는 곳
나는 약 3년 정도의 네덜란드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리턴’했다. 네덜란드 취업 전 한국에서부터 쌓아 온 여행/IT 플랫폼 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확장/성장에 초점을 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구인구직 시장에서 데이터 분석은 소위 ‘핫한’ 키워드다. 많은 구직자들이 데이터 분석을 배우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나는 조금은 다르게 접근했다. 실무에서 배우기로 했다.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포지션을 선택했다.
그러다 궁금한 게 생기면 다른 팀에서 일하는 동료에게도 적극적으로 티타임을 청해 물어봤다. 특히 회사에는 인도 최고 공대, 멘사 출신, 광고 업계 끝판왕 커리어 등 네이밍을 떠나 정말 본인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다해 임하는 동료들이 많았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데이터들을 정말 많이 접할 수 있다. 전체 데이터를 뽑아놓고,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 상승 트렌드일수도, 하향 트렌드일 수도. 어떤 데이터를 어떤 키 값과 연결하여 유의미한 분석이 있는지, 수억개의 데이터로 A/B 테스팅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 본사로 처음 출근한 경험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졌다. 이전 내 브런치 글에도 적었듯, 하루하루 디즈니 생활 같고 정말 꿈만 같은 회사 생활. 특히 내가 일했던 팀에는 브라질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스위스 등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동료들이 많아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해외 취업은 업무적으로만이 아니라 내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해외 생활 경험은 있지만 내 힘으로 나 혼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네덜란드에서 생활할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부터가 과제였다. 네덜란드는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지만, 각종 행정서류들은 전부 더치어로 되어있다. 더치어를 몰랐기에 번역기를 돌리고 주변에 물어가며 생활기반을 만들어나갔다.
“한 번은 쓰레기를 잘못 버려서 벌금이 나왔는데 고지서가 늦게 도착했다.. 내가 고지서를 받았을 땐 이미 납부기한이 지났고, 고지서가 늦은 게 내 탓은 아니니 뭐라고 따지고 싶은데 더치어를 못하니.. 억울하게 벌금을 더블로 물고 끝났다(ㅠㅠㅠ내 60만원).”
나는 네덜란드에서의 생활에 정말 만족했다. 유럽에서의 삶은 ‘자유’였다. 이번 주말에 파리에 가 볼까? 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비행기를 끊으면 그만이었다. 정말 편한 운동복, 언제든지 입을 수 있다. 그 옷을 입고 사무실에 출근했다고 해서 “옷이 화려하네”, "오늘 너무 편한 복장 아니야?"라고 면박을 주는 사람이 없는 나라다. 심지어 ‘남자친구 있니?’라는 질문 대신 ‘애인이 있니?’라고 물어보는 나라였다. 내가 이성애자일지, 동성애자일지와 관계없이 모든 것은 평범하니까.
회사에서 일하면서 어려웠던 건 사실 없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게 있으면 매니저나 동료들에게 도와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워낙 전 세계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5분 10분만에 끝내는 일을 나는 2시간 걸린 적이 있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고, 배움은 끝도 없어 정말 좋은 자극이 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내 베스트는 베스트가 아니라 제한을 두지 않고 노력해볼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내가 한국으로의 ‘리턴’을 결정한 이유는?
네덜란드 생활에도, 회사에도 만족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게는 한국이 주는 장점이 정말 컸다. 유럽이 주는 장단점, 한국이 주는 장단점이 있지만 .. 약간
유럽의 장점은 1kg씩 100개, 단점 1톤 짜리 하나 ㅋㅋㅋㅋ 한국 장점은 1톤짜리 하나, 단점 1kg씩 1천개?
예를 들면 유럽의 빈약한 병원 시스템, 한국은 이런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유럽보단 닫혀 있는 마인드, 선입견, 바쁘고 지치는 일상으로 지하철에서 조차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
회사도 퍼펙하고 주변 환경도 너무 좋았지만 한국이 주는 장점이 나에게는 매우 크게 느껴졌다.
네덜란드에서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항상 가지고 있었고, 그걸 실행에 옮긴 것이 2022년 초의 일이다.
선택에 대한 후회
가끔 네덜란드가 그립기도 하다, 자유롭고 기회가 더 많고, 넓고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제한두지 않고 오롯이 능력과 포텐을 둔 성과/승진 시스템. 거기서 만난 친구들, 내가 경험하고 본 넓은 세상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설계한 앞으로의 미래, 지금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을 보면 지금 내가 있는 한국에서 이루고 싶다. 내가 한 선택이 더 빛날 수 있게 나는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