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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덜란딩 민수현 Feb 14. 2024

뉴질랜드 유년시절,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

9살 첫 이민 이야기

이방인이라는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읽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근데 이 글은 이방인에 대한 독후감이 아닌 그냥 내 개인적인 스토리임.


조금은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온 것 같다. 자의은 타의든.

간략이 말하자면 한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초~대학교를 나와 한국에서 일을 하다 네덜란드로 혼자 이민을 갔다 한국으로 역이민한 케이스. 그래서 나는 어딜가든 이방인었다. 좋게 말하면 특별한 경험.

이방인으로서의 첫 경험. 뉴질랜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뉴질랜드

9살 눈을 떠보니 뉴질랜드였다.

부모님을 따라 비행기를 탔고, 나는 뉴질랜드에서 살게 되었다. ABC와 toilet, hi, bye, thank you 만 알고 갔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정말 평화로웠고 학교 친구들도 정말 순했다. 그중 '이방인' 취급을 한 친구들도 있었다. 학교 등교를 해서 가방을 걸어뒀는데 내 가방이 없어졌다. 누군가가 숨긴 것인데 다행이 현지 친구들이 내 가방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선생님한테 대신 말해줬다 ㅋㅋ 당시 손짓발짓으로 가아아 방이!!! 엑스!! 우엥!!!! 새드!!!!! 헬프!!! 라고 말했던 기억이.......ㅋㅋ


말문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고 친구들한테 한국 문화를 알려주고 한국어를 알려줬다. "Thank you""바보"라고 알려주고 여기 한국어 할 수 있는 사람 나 밖에 없으니 내가 짱이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내가 만든 법이 법이오 같은 ㅋㅋㅋㅋ

너무 서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ㅋㅋ 초등학교 3학년 때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했다. 영어 책도 어려운데 글까지?!!! 나는 책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옮겨 적었고 그걸 읽은 선생님은 날 불러서 "Naughty girl"이라고 혼냈다 ㅠㅠ 주변 친구들이 "Soo, naughty!!!!!!!!" 혼내줬다 ㅠ

초등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푸른 풀밭에서 뛰어 놀고, 공 하나에 깔깔 거리고, 한국의 놀이를 알려주고

영화에서만 봤던 파자마 파티를 하며 정말 신나는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다. 저기 아래 제일 신나보이는 양갈래 오렌지색 아이가 바로 접니다.ㅋㅋ


뉴질랜드 교육 중에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은 수업이 있다. 미술 시간이고 우리 얼굴을 모형으로 그려야했다. 별, 하트, 네모, 세모. 색상도 확! 튀는 초록색, 빨간색 등. 그러고 모두 다 본인의 얼굴을 정말 특이하게 색다르게 표현했다. 그림을 다 그린 후 선생님이 해준 말이다 "너희들은 다 너무 특별해. 개개인별로 Special한 이유가 많아. 우린 다 Unique하기 때문에 특별한 거란다. 너희의 특별함을 사랑해야해"

이후 옆 친구의 특별한 점을 찾아 칭찬해주라했다. 너는 주근깨가 있어서 귀여워, 너는 피부가 하얀색이 아니라서 더 특별해. 한 쪽눈 시력이 없는 친구에게는 너는 한쪽 눈 시력이 보이지 않지만 남은 한쪽 눈이 너무 아름다워. 그리고 살면서 이런 특별함을 잊지 말라고 해줬다.


영어 단어를 잘 모르고 실제 회화를 잘 못했던 나에게 키위 친구들이 뜻과 발음을 하나하나 알려줬고, 내가 정확한 발음하고 뜻을 이해하면 같이 박수를 쳐줬다! 쑤! Now you can pronounce this xD  너무 착하고 귀한 마음과 사랑이었다.


어릴 때 왔지만, 현지 친구들과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내 마음 어딘가엔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었다. 이유라면 있을까? 잘 모르겠다. O X 만의 문제는 아니였다.


고등학교 입학 후, 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린 것 같다. 난 뉴질랜드에서 살았지만 내 가치관과 마인드는 완벽한 '키위(kiwi)'가 아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뉴질랜드를 떠날 마음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교를 다닌 것 같다. 대학교 진학도 뉴질랜드에서만 할 수 있는 과를 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춘기 시기에는 학교에서 못된 애들은 칭총칭총, 너네 나라로 돌아가~~ 이런 말을 했고, 처음엔 타격을 받기도 했다. 근데 자꾸 듣다 보니 ㅋㅋㅋㅋ 익숙해져서 그냥 넘기거나 아니면 비행기표 사줘~ㅠㅠ 라고 말하니까 웃으면서 친구하자고 말한 애들도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뉴질랜드 일상속에 스며들었고, 이방인 취급을 자연스럽게 여긴 것 같다.


뉴질랜드를 기억하면, 당시 흔하지 않았던 동양인인 나를 정말 친구로 받아준 친구들,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고 물어봤던 마음들, 너무 즐겁게 시간을 보내준 친구들, 영어를 못한 나에게 하나하나 단어와 뜻을 알려준 친구들의 따뜻한 사랑이 나를 사랑 가득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이방인은 어쩌면 낯선 사람을 웰컴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받을 수 있는 귀한 경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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