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호주에서 오랜 시간 유학을 했던 친구가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때문에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 친구의 귀국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기도 전인 작년부터 예정되어있던 것이었다. 호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학생비자가 완료되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다시 호주로 떠났지만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였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완료되기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온 친구는 한국의 땅을 밟자마자 나와 함께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토익공부를 해야 했고 한국 기업들에 맞춰 취업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한 날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쉽게 잠들지 못하겠어. 나는 친구를 걱정했지만 사실 그 친구가 느끼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거의 집에만 머물다시피 한 지난 두 달 동안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 중 하나는 불안감이었다. 이대로 코로나19가 올해 내도록 지속될까 봐 그래서 기업들에 채용이 나지 않을까 불안했다. 그리고 내 선택이 틀렸을까 봐 그래서 나만 뒤쳐질까 봐 두려웠다. 사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유행하던 때에는 최대한 바깥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만 머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계속되자 마음은 한없이 불안해졌다. 원망할 대상이 필요해 코로나19를 원망하다가도 결국 원망의 대상을 나로 돌려 버리곤 했다.
이 기간 동안 흰머리도 많이 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흰머리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스트레스 때문인가 흰머리가 생겼네 정도였다. 거울로 봤을 때는 보이지 않고 찾기 위해 머리를 들춰야만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세수를 하고 거울을 봐도 흰머리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흰머리가 생겼고 또 흰머리를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전히 우리들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되고 있다. 비단 우리 둘만의 문제는 아니겠지. 실제로 코로나19로 많은 취업 분야에서 정기시험이 밀렸고 또는 채용문이 닫혔다. 그 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잠 못 드는 밤이 있었겠지만 특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잠 못 드는 밤이 되었을 지난 두 달.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을 그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