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살던 집을 떠난다

이사를 가게 되었다_1

by 작가H

이사를 가게 되었다. 독립을 했다는 건 아니다. 가족들이 모두 이사를 간다. 이 이사는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러웠고 그렇지 않다면 또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약속도 잘 잡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오던 나였기에 이사를 간다고 달라지는 것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더 넓은 방을 가지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사를 가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였는데 그것은 이제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원래 살던 곳과 아르바이트 장소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5분이었다. 하지만 이사를 가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었다. 무조건 환승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이사를 가서도 아르바이트를 이어가 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너무 많은 소모가 필요했다. 게다가 내가 아르바이트를 마치는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1년 넘게 이어오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관두면서 이제 용돈도 받지 않겠다 선언했다. 사실 내 목표는 2020년 상반기 내로 취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상황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더 이상 내 꿈을 고집하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취업을 하진 못했어도 언제까지나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예전부터 해왔던 생각이기도 했다. 사실 올해부터는 용돈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기분이 유쾌하지 못했다. 이걸 받아도 되나 싶었다가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으니 괜찮지 않나 싶었다가 마음이 혼란했다. 그리고 그렇게 용돈을 받는 올해 내내 혼란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용돈을 받는 내 모습이 한심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 용돈을 받지 않겠다 선언했다. 그러니까 이제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으니 나에게 들어오는 수입은 아예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보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돈이 있어 지금 당장은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가 매일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취업이든 무엇이든.

이전 09화우리들의 잠 못 드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