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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H Apr 10. 2022

워크숍을 가자고요?

워크숍을 가면 없던 단합력이 생길 거라는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전체 회의를 한다. 회의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다. 그럼 회의를 마무리하는 질문인 것처럼 팀장은 요즘 업무를 보면서 힘든 일이 있진 않냐,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냐 묻는다. 그 질문에 팀원들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이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다. 물론 진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솔직하고 싶지 않을 뿐. 팀장도 우리가 할 말은 많은데 굳이 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음번 회식 때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여기서 나오지 않은 얘기가 술만 한 잔 있으면 솔직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보통 직장인이라면 회의 때 하지 않는 이야기는 회식 때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구태여 솔직하지 않은 이유는 이야기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걸 아니까. 할많아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굳이 이야기를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서로의 기분만 나빠질 이유가 없다.


워크숍을 가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확진자가 자꾸만 늘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택근무를 하다가 최근에 다들 사무실로 복귀했는데 이 시국에 무슨 워크숍인가 싶다. 침체되어 있는 사내 분위기 쇄신과 직원들의 단합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데. 공지를 보자마자 생각했다. 싫다.


유튜브 INSSAOPPA G [인싸오빠]


유튜브 채널 INSSAOPPA G [인싸오빠]에서 몬스타X의 형원과 민혁이 사장과 직원으로 워크숍을 간 상황극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사장, 형원의 말에 직원인 민혁이 한 말들이 있다.


이런 것(워크숍)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거 고기 살 바에 월급이나 올려주십시오.
누가 직장 상사랑 여기 오고 싶겠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오고 싶지.


이 장면을 보며 이게 정말 모든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하지만 절대 상사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이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식을 하게 되더라도 다 같이 가 아닌 회사의 친한 사람들이랑만 하고 싶다. 워크숍을 가게 되더라도 워크숍은... 그래 워크숍은 회사에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들과도 가고 싶지 않다.


함께 술을 마시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가 술술 나올 거고 워크숍을 가면 없던 단합력이 생길 거라는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회식에서 또 워크숍에서 분위기가 좋았더라도 사무실로 복귀하면 분위기는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안 좋아서 그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면 그건 회사 안에서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외부에서 해결하는 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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