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을 가면 없던 단합력이 생길 거라는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전체 회의를 한다. 회의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다. 그럼 회의를 마무리하는 질문인 것처럼 팀장은 요즘 업무를 보면서 힘든 일이 있진 않냐,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냐 묻는다. 그 질문에 팀원들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이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다. 물론 진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솔직하고 싶지 않을 뿐. 팀장도 우리가 할 말은 많은데 굳이 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음번 회식 때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여기서 나오지 않은 얘기가 술만 한 잔 있으면 솔직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보통 직장인이라면 회의 때 하지 않는 이야기는 회식 때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구태여 솔직하지 않은 이유는 이야기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걸 아니까. 할많아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굳이 이야기를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서로의 기분만 나빠질 이유가 없다.
워크숍을 가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확진자가 자꾸만 늘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택근무를 하다가 최근에 다들 사무실로 복귀했는데 이 시국에 무슨 워크숍인가 싶다. 침체되어 있는 사내 분위기 쇄신과 직원들의 단합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데. 공지를 보자마자 생각했다. 싫다.
유튜브 채널 INSSAOPPA G [인싸오빠]에서 몬스타X의 형원과 민혁이 사장과 직원으로 워크숍을 간 상황극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사장, 형원의 말에 직원인 민혁이 한 말들이 있다.
이런 것(워크숍)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거 고기 살 바에 월급이나 올려주십시오.
누가 직장 상사랑 여기 오고 싶겠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오고 싶지.
이 장면을 보며 이게 정말 모든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하지만 절대 상사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이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식을 하게 되더라도 다 같이 가 아닌 회사의 친한 사람들이랑만 하고 싶다. 워크숍을 가게 되더라도 워크숍은... 그래 워크숍은 회사에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들과도 가고 싶지 않다.
함께 술을 마시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가 술술 나올 거고 워크숍을 가면 없던 단합력이 생길 거라는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회식에서 또 워크숍에서 분위기가 좋았더라도 사무실로 복귀하면 분위기는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안 좋아서 그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면 그건 회사 안에서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외부에서 해결하는 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