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상황들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최근에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참 많이도 했던 것 같다. 타이밍이 안 맞아서 여건이 안되어서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내뱉었던 말은 '어쩔 수 없지 뭐'였다. 이 짧은 문장을 짧은 며칠 안에 몇 번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 말이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지 알게 되었다.
학생 때의 우리는 열정만 있으면 노력만 하면 세상엔 안 되는 게 없다고 배운다. 서점에 꽂힌 수많은 자기 개발서들도 우리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으니까. 갖고 싶은 걸 갖기 위해 노력해라, 연습해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 말들을 듣는다.
하지만 26살이 되고 세상을 살면서 깨달은 것은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세상에는 분명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건 정말 단편적인 예이지만 우리가 수강신청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하나의 수업이 너무 듣고 싶어서 수강신청 1시간 전부터 컴퓨터를 세팅하고 정각에 딱 맞춰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다. 그리고도 혹시나 몰라 스마트폰으로도 수강신청 준비를 해두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나보다 빨리 수강신청을 눌러버리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그리고 수강신청을 실패하고도 그 수업이 간절하게 듣고 싶어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정원을 받아버려 충원은 힘들 것 같다는 답장을 받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다.
누군가는 이 정도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누구나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누군가는 이런 한 번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도 쉽게 상처 받는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여러 번 쌓이게 되면 그 무력감에 상처 받게 될 것이다.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이미 해소되지 못한 채 쌓여온 상처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려 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네'하고 가볍게 생각해 버리려고 노력했던 그 상황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 결국은 지금의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버린 것처럼.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은 사람을 참으로도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이것은 거절을 당했을 때 또는 무언가에 실패했을 때 그것을 가볍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것을 다 포기하게 만들어버리는 나의 무기력함을 한 번 더 상기시키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지'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하나하나 작은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더 이상 내가 이 한마디로 무력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