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
나는 언론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사실 이제는 학과라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내 주변에 전공을 살리지 않은 채 취업을 했거나 또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내가 19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아마 우리나라의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예 대학을 가지 않는 선택을 했거나 외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외국의 그 대학이 설령 우리나라에서는 알아주지도 않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대학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아마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곳의 사람들을 사귀는 일은 대학에서 맞지도 않는 전공을 공부하며 보내야 하는 4년보다는 값진 시간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19살의 나는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을 12년 동안 반항 한 번 없이 정석으로 받아왔던 학생. 외국으로의 유학이라는 항목은 그때의 나의 선택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대학이라는 곳은 인풋(in-put)에 비해 아웃풋(out-put)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아니 크지 않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2년, 3년 혹은 4년의 시간 동안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지만 결국 얻게 되는 것은 내가 이 전공에 맞는 사람이거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정보뿐. 그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배우게 되는 것들이 적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꼭 대학이라는 기관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만남과 배움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4년 동안 배운 전공을 살리지 못해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아예 상관이 없는 회사에 취업한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 대학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이 전공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알게 되면서도 그 시간이 값졌고 취업과는 상관없이 다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 그 시간도 물론 값진 것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는 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에 남들도 다 가니까 다른 선택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당연하게만 들어갔던 게 아닐까.
대학 등록금만큼의 비용을 모았다면 이미 세계일주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고 그 시간만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대학을 다니면서 나에게 가장 값졌던 시간은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반년 동안의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생활을 해보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룸메이트와 대화를 해보겠다며 매일 밤 번역기를 꺼내 들기도 했었다. 그전까지의 나는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교환학생을 갔던 중국의 그곳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고 대학을 가기 전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왔다는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을 선택한 멋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쩌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과를 가게 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성적에 맞춰 선택해야만 하는 학교과 전공. 그리고 그 안에서 또다시 무수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우리들. 지금의 내가 19살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가고 싶은 대학을 가지 못해 울고 있는 그때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울지 않아도 된다고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고 19살의 나를 위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