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아르바이트에 집착하는가?

나는 언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by 작가H

어쨌든 여기서의 나는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니까.

주변에 헌혈을 꾸준히 하는 친구가 있다. 다른 약속 없이 오직 그것만을 위해 1시간 버스를 타고 헌혈의 집으로 가기도 하는 친구.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야기를 하다 친구가 지금까지 했던 헌혈 횟수를 듣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은 횟수에 놀랐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교하면 많은 숫자였지만 이 친구는 헌혈을 고등학생 때부터 해왔었기 때문이었다.


'나 헌혈 이렇게 주기적으로 가기 시작한 거 얼마 안 됐어. 대학생 때는 시간 맞을 때만 가끔씩 갔지. 바쁘기도 했고, 헌혈의 집이 너무 멀리 있기도 했고.'

'그런데 한 날은 헌혈을 하면서 내가 요즘 왜 이렇게 헌혈을 열심히, 자주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봤다?'

'이게 이유가 조금 비참하긴 한데 내가 요즘 계속 공부만 하잖아. 독서실에서는 공부만 하면서 언제 합격할까 이 생각만 하는데 헌혈을 할 때는 스스로 내가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아무래도 이 곳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니까.'


우리는 이 말을 하며 슬픈데 웃기다며 웃었지만 친구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짧은 교환학생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한 나는 우선 아르바이트 자리가 필요했다. 그때는 시급이 7,530원에서 갑자기 8,350원으로 올라버린 시기였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잘 구하지도 않았고 구한다는 공지가 올라와도 여러 명의 지원자가 몰리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구해야 했기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올라오는 모든 자리에 이력서를 보냈고 면접도 몇 번이나 봤었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할 장소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면서는 합격을 할 수 있을 거라 자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면접에서도 계속해 몇 번을 떨어지자 그 주간은 매일이 우울했었다. 아르바이트 합격 연락을 받지 못했던 어느 날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울기도 했었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내가 우주의 먼지처럼 작게만 느껴졌다.


고등학생 때 지구과학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있다. 광활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인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야말로 우주의 점 같은 존재들이라고. 그러니 심각한 고민이 있더라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떨쳐내라고 하셨다. 어차피 그 고민은 우주의 관점에서는 아주 먼지 같은 고민일 테니까. 그때는 그 말이 참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고민을 우주의 먼지라고 생각해버리자 내 존재조차 우주의 먼지 같이 꼭 이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인 것만 같아서 오히려 더 슬퍼졌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곳도 한 번 면접을 떨어지고 계속해서 지원해 얻게 된 일 자리다. 그리고 매니저님이나 같이 일을 하는 다른 친구들이 '혹시 대타가 가능하냐'라고 물어보면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그 대타를 간다. 혼자 집이나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스터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의 나는 언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작은 존재이지만 어쨌든 이곳에서의 나는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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