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의 시기가 적절할까? 트는 게 맞는 걸까?
방귀는 이름만 들어도 웃기다.
특히 아이들을 웃기려고 이 얘기를 하면 아주 넘어가도록 웃고 좋아하는 게 똥, 방귀와 같은 것들이다.
방귀는 건강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시원하게 잘 배출되면 아주 기분이 개운하다.
‘방귀소리를 공유하는 사이’는 곧 관계의 밀접함이 느껴지기도 해서 나름대로 관계의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 집 가족들은 방귀 하나만큼은 아주 편안하게 튼 사이이다. 가족들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에서의 방귀는 물론 예의가 아니지만, 비록 음식 앞에서는 자제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공간 어딘가에서는 분명 그 소리를 숨기지 않는 게 우리 집의 분위기다.
화장실에선 물론이고, 누워서도, 웃다가도, 자다가도, 심지어 걸어가는 걸음 중에도 방귀는 서슴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방귀소리만 들어도 그게 누구의 방귀인지 우리 가족은 다 안다. 은근히 소리가 없으면서 지독하면 아빠, 얇지만 괄약근에 힘주는 소리는 엄마, 찰지고 때론 뭔가 나온 거 아니야..? 싶은 퍼뜩 놀라운 소리는 남동생, 가뿐하지만 강하고 명료한 소리는 나다.
사실 엄마는 내가 이십 대 중반이 넘도록 아빠 앞에서 방귀를 한 번도 뀌지 않았다. 신혼 때 실수로 앉다가 수줍게 뽕! 했지만 아빠는 모른 척을 했고, 엄마는 부끄러워서 아무 말을 못 하셨다고 한다.
십수 년을 배가 더부룩하고 불편해도, 사랑하는 남편 앞에서 여자로서의 신비주의를 지키고 싶어서 늘 밖에 나가 티 나지 않게 뀌고 오셨다고 한다. 대단한 사랑이지만, 그래도 이젠 편안해도 된다고 우리 가족들은 권유했다. “그냥 뀌세요! 괜찮아요!” 최근에서야 엄마는 점차 긴장감을 놓으며, 이제는 편안한 방귀를 즐기게 되었다. 아빠는 여전히 엄마 방귀는 못 들은 척하신다.
그런 엄마의 사랑스러움 때문인지, 아빠는 아직도 엄마의 눈을 오래 바라보지 못하고 때때로 귀가 빨개지고 쑥스러워하시곤 한다. 결혼생활 삼십 년이 훌쩍 지나도 서로를 수줍어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니, 종종 티격태격하더라도 두 분 간의 사랑이 느껴져 딸의 입장에선 참 예뻐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지난가을 즈음부터 시작된 오래되진 않은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도 참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오래지 않아 이미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던 마냥 편안해서 종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장난을 잘 치고, 서로의 어금니가 보이도록 활짝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 같이 보내는 시간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지는데, 어쩐지 로맨틱한 순간도 좋지만 그보다 일상 속의 편안함을 먼저 찾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가 ‘빨리 방귀를 트고 싶다’는 게 남자친구의 바람이다. 사실, 몇 주 전에 나와 함께 각자의 공부를 한다고 만나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할 일을 하고 있던 날이었다.
집중을 하다 보니 무심결에 내가 같은 곳 건넛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가 아주 커다란 방귀를 뀌고 만 것이다. 나는 이것을 못 들은 채 하기엔 너무 큰데 웃기엔 민망해할 것 같아 잠시 고민했다.
사실 소리 없는 웃음은 터졌지만 신중했다.
‘그대로 웃어? 모른 척 해?’
아직 교제를 시작한 지 몇 달도 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찰나의 정적이 끝나기 전에, “아!! 네가 있다는 걸 잠시 까먹었어! “ 하고 외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무슨 대화만 하면 그의 방귀를 놀리는 듯한 분위기가 되어 배를 잡고 웃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계속 나더러 방귀를 뀌라고 요구를 하는 중이다. 물론 나는 그를 만나는 동안엔 큰 일도 안 봤다.
그랬더니 어제는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연인 간에 방귀를 트면 좋은 점’이라는 제목의 콘텐츠 링크를 공유하는 것이다.
방귀. 그게 뭐길래. 나를 이토록 웃게 하는지.
오늘 점심 친동생과 같이 식사를 하고 걸어 나오며,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방귀 소리를 시원하게 주고받았는데,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이 모습을 보여주리?
방귀를 튼 관계는 편안하고 아무런 이질감이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린 아직 100일도 안 됐는데?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방귀를 공유하는 사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