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어떤 날은 쓸 글귀가 마구 쏟아져 나오다가도
다른 날은 써 놓은 글조차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이상한 글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 얄미운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더듬어보기 시작한다. 찾다 보면 가끔은 그럴듯하게 글을 써보고자 마음먹었던 주제를 찾기도 하지만, 공연히 놓치고 마는 때도 적지 않다.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는 연기 같고, 포르르 순식간에 날아가버린 작은 새 같기도 하다.
형편없는 글 앞에서도 나는 또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썩 글을 잘 써 내려가지 못해도 나의 글을 좋아한다. 어설픈 그 표현조차도 그런 나를 그대로 나타낸 것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우연히 흘러가는 물결처럼, 톡-하다가 순식간에 퍼져버리는 물감처럼. 그렇게 계속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