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목줄이 채워진 채
나는 어디로 끌려가는가
또다시 찾아온 새벽 6시. 시간은 나에게 목줄을 채우고서는 피곤에 절은 나를 밖으로 이끌어낸다. 나는 눈을 감는다. 시간에 목줄이 채워진 나는 눈을 감아도 괜찮다. 시간이 끌고 가니까, 그저 끌려가기만 하면 된다.
버스 정류장에는 매일 같은 시간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젊은 남자가 서 있다. 가끔은 늦지만, 거의 매일 나보다 일찍 나와있다. '그의 목에도 목줄이 채워져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 볼을 날카롭게 에는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눈을 감고서 검은 잠바 속으로 볼을 파묻는다. 잠시 집의 냄새와 온기를 느끼지만, 그 틈을 파고든 바람은 냄새와 온기 모두를 앗아간다.
종점 근처의 정류장에 버스는 거의 항상 정시에 도착한다. 텅 빈 버스에는 간밤의 냉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젊은 남자와 나는 약속한 듯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몸을 움츠린 채, 남자는 눈을 감는다. 옅은 동질감을 느끼며 나도 눈을 감는다. 덜컹, 움직이는 버스에 잠시 눈을 뜨지만, 아직, 이내 다시 감는다.
이윽고 도착한 전철역. 같은 개찰구, 같은 계단, 그리고 같은 번호의 문에서 같은 열차를 기다린다. '빈자리가 있었으면'과 소망은 역으로 진입하는 전철이 일으킨 바람에 날아간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가득하다. 유독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많다. 다행히 빈자리가 하나 있어 앉는다. 문이 닫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거대한 철제 관 속에서 나도 그들도 눈을 감은 채 어디론가 향한다.
어디쯤 왔을까. 문이 열린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찬 바람에 눈을 뜬다. 눈앞에는 한 여자가 선 채로 눈을 감고 있다.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찾아보지만, 사람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안내 음성을 통해 역 이름을 들으니, 아직 목적지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 찬 바람 탓에 잠시나마 '잠들지 말라'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조금이라도 더 눈을 감자'는 목소리에 안도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마치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나를 깨닫는 순간이 문득 찾아온다. 그 순간 귀를 울리던 지하철의 소음은 사라지고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
행복한 순간을 향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