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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은 시간

출근하는 직장인 남자.

by 홀씨

버스 안은 아침 출근 시간의 분주함과 조용함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창밖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앉았고,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내 눈길은 앞쪽, 창가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

한 남자에게 머물렀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다. 나는 조심스레 마음을 걸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인터뷰하고 싶어서요.

A. 아 네 저는 김이훈 30대 회사원입니다. 매일 이 버스를 타고 출근하죠.

Q.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오늘 아침은 어떤가요?

A.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바로 출근 준비하는 일상.

매일 똑같죠 뭐, 그래도 오늘은 좀 여유 있는 편이에요.


Q. 이훈 씨가 느끼실 때 출근 시간대 버스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요?

A. 어수선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들 각자 생각에 잠긴 모습이에요.

졸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잠을 깨기 위해 웹툰을 보고 있기도 하고요.

다들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가는 것 같아요.


Q.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나요?

A. 마감일이 다가올 때 많이 부담돼요.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월급이 올랐으면 하기도 하고, 로또도 한 번씩 사고..

뭐 남들도 다 이렇게 살겠지?라는 생각을 해요.


Q. 힘들 때는 어떻게 버티나요?

A. 퇴근 후 집에 가서 강아지를 보며 힘을 내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들 만나서 게임하거나

술 한잔 하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Q. 앞으로 어떤 삶을 꿈꾸나요?

A.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꿈꿔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충분히 가지고,

가끔 여행을 가도 큰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그런 삶이요.




이훈 씨는 창밖을 잠시 응시했다.

버스의 부드러운 흔들림 속에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곧 다시 마음을 다잡는 듯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도, 각자의 작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구나’

버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조용히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창밖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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