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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은 시간

등원하는 유치원생

by 홀씨


버스가 조용히 움직이며 다음 정류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릴 준비를 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분주했다.


그중, 작은 손으로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유치원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햇살에 반짝이는 머리카락,

조금은 상기된 듯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


나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마음을 건넸다.




Q. 안녕하세요 이름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요?

A. 저 이름은 지유예요! (손가락을 쫘악 펼치며) 5살이에요! 유치원 가고 있어요!


Q. 유치원 가는 길은 어때요?

A. 오늘은 엄마랑 같이 가서 기분이 좋아요! 엄마가 바쁠 땐 할머니가 데려다주는데,

엄마랑 같이 가니까 좋아요


Q. 유치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A. 체육시간이요! 다른 선생님이 와서 같이 뛰어놀아요! 저는 그네가 제일 좋아요.


Q. 그럼 힘들 거나, 슬플 때도 있나요?

A. 아빠 엄마가 늦게 와서 기다려야 할 때요. 할머니랑 있어도...

비 오는 날 혼자 자는 건 아직 조금 무서워요. 5살 언니가 돼도 그건 아직 무서워요.


Q. 유치원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싸운 적 있어요?

A. 저번에 어떤 남자애가 저 밀고 도망쳤어요! 그래서 따라가서 혼내줬어요!


Q. 아 잘했네요 사이좋게 지내야죠. 지유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A.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친구들 잘 가르쳐 주고 싶어요.




아이의 작고 순수한 말들이 마음에 따뜻하게 다가왔다.

버스 문이 열리고 손을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로는 지유는 엄마 손을 꽉 잡고 조심스레 내리면서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어린 시절의 떨림과 설렘이 떠올랐다.

이 작은 하루가 아이에게는 세상의 시작이고 그 안에 숨겨진 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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