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_ 시장 가는 아주머니
버스가 삐걱거리며 시장에 가까운 정류장에 멈춰 섰다.
사람들이 분주히 내리고 오가는 사이.
아침부터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양산과 모자를 쓰고 있지만, 땀방울이 가득 맺혀있다.
하지만 뭐가 즐거운지 눈과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 환한 미소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조심스레 상상하며 말을 걸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덥죠? 괜찮으시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아.. 부끄러운데 저는 정미숙이에요. 50대 주부예요.
오늘 타 지역에서 자취하는 아들이 온다고 해서 일찍 장 보러 가요.
Q. 오늘 하루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A. 남편 출근시키고 나서 바로 시장으로 나왔어요.
반찬 하나라도 더 해서 먹이고 보내려고요.
Q. 시장에 가는 게 즐거우신가요?
A. 너무 더운 날은 집에 있고 싶지만, 오늘은 좋네요.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단 여러 사람 만나고 신선한 재료 고르는 시간이 좋아요.
그러다가 제철채소와 좋은 상품을 싸게 사면 더 좋죠.
Q. 힘들진 않으세요?
A.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해서 피곤한데 오늘은 애들 생각하니까 힘이 나요.
Q. 요즘 가장 신경 쓰고 계신 건 무엇인가요?
A. 첫째 아들 타지생활이 괜찮은지, 둘째 교육과 가족들 건강이죠 뭐.
그래서 요즘 날씨가 더우니까 먹을 거에 더 신경을 써주려고 하고 있어요.
Q. 자주 다니시는 거 같은데 시장에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전에 애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사고 가려는데, 과일가게 할머니께서 저 먹으라고
따로 귤을 몇 개 챙겨주시더라고요. 그럴 때 따뜻하고 감사하죠.
Q.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나 소울푸드가 있나요?
A. 저도 저희 엄마집에 가면 해 먹는 비빔밥과 된장찌개가 제일 좋아요.
그렇게 가끔 챙김 받고 싶은 날이 있거든요. 그럴 때 참 힘이 많이 돼요.
Q.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A. 가족에게 믿음직한.. 뭐든 털어놓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에겐 작은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사람이요.
아주머니는 장바구니를 든 손에 힘을 주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 뒷모습은 바빠 보이지만 단단하고,
일상의 묵직한 무게와 함께 묵묵한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나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장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그 속에서도 수많은 하루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