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_ 졸고 있는 여고생
버스가 다시 움직이며 조용한 공간을 채우는 건 가벼운 숨소리와
타이어가 도로를 스치는 소리뿐이었다.
내 시선은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한 학생에게 머물렀다.
눈꺼풀이 무거워 자꾸만 내려앉았는지
그 아이는 고개를 살짝 떨구며 졸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그녀가 어떤 하루를 보낼지 상상해 보며 말을 걸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해줄래요?
A. “이름은 도현이고 18살 고등학생이에요.”
Q. 오늘 하루는 어떨 거 같나요?
A. 평소와 똑같겠죠. 학교 가서 수업 듣고 공부하고.. 별다를 거 없는 하루예요.
다만 시험이 가까워져서 조금 긴장되긴 해요.
Q. 학교에서 제일 즐거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A. 그야 당연히 점심시간이죠 그때만큼은 스트레스가 사라져요.
Q. 힘들었던 순간은요?
A. 시험공부가 벅찰 때. 시험 망쳤을 때가 제일 크죠. 제가 생각했던 점수보다 낮게 나오면
그거만큼 힘 빠지는 일이 없을 거예요.
Q.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관심사는요?
A. 내년에 고3이라 점점 걱정이 커져요.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찾아볼
시간조차 안 주고, 공부만 해야 하니까요. 꿈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Q. 진로가 제일 고민인 것 같네요.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A.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걸 구분하는 게 헷갈려요.
좋아해야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기 싫어도 잘하는 걸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Q.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네요.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뭔가요?
A. 학원까지 끝나고 집에 오면 엄마가 항상 안아줘요. 힘든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면서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주는데 가끔은 눈물을 참기도 해요.
Q. 고민이 많은 시간들이겠네요.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수도 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친구들한테는 고3 되기 전에 많은 추억을 만들자고 하고 싶고,
가족들한테는 고맙다고 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잠이 좀 깬 거 같아요!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가까워졌다.
도현이는 아직 졸린 듯 보였지만 나는 그녀 마음에 있는 긴장 속에서도 힘을 내려는
강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본 듯했다.
학생인 그녀의 하루도 복잡하지만 작은 행복과 바람으로 가득 채워져있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힘이 나는 거 같았다.
버스는 서서히 멈췄고,
도현이는 몸을 일으켜 내릴 준비를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그녀의 큰 미래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