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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은 시간

프롤로그 _

by 홀씨




8월 쨍쨍한 어느 여름날.


햇볕이 뜨거워 보였지만,

코끝에 따스하게 스며드는 바람이

오늘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창문을 열자,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훅- 들어왔다.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흐르길 바란다.’

생각하며, 하나둘 짧은 문장들을 떠올리고

나는 책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사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인가?

조금 외롭게 느껴진다.

별일도 없고,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누군가에겐 이런 하루가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내겐 아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무음으로 바꿔버렸다.


할 일도 없고, 할 마음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그것 또한 불안해서.

나는 쉴 수가 없어졌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마친 후, 근처 버스 정거장에 서 있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버스 한 대가 내 앞으로 섰다.

나는 버스 번호도 보지 않고 무작정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타자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은 천천히

여기 좀 보라는 듯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마음과 눈은 그것들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내 시선은 운전석 쪽에 머물기 시작했다.

묵묵히 핸들을 잡은 버스 운전사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다급하게 꺼내 메모장 앱을 켰다.

마음이 살짝 떨리지만 궁금해졌다.


‘그들도 나처럼, 공허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갑자기 나는 내가 아닌 사람들의 하루를 엿보고 싶어졌다.

그들의 삶에서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을,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싶어졌다.


버스 안 창가에서 내리쬐는 햇빛 아래,

작은 소음 속에 이 질문만이 선명히 울려 퍼졌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버스 안, 그 작은 공간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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