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버스 운전사
버스는 또 한 정거장에 천천히 멈춰 섰다.
창밖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창문 너머 세상과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씩 힐끔 바라보면서도,
마음과 시선은 저 운전석에 머물렀다.
운전사 아저씨의 손은 묵묵히 핸들을 감싸고 있었다.
깨끗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 보이는 하얀색 장갑과 주름은
시간의 무게를 말해주는 듯했다.
그는 매일 같이 같은 길을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의 하루는 어떤 이야기로 가득할까?'
그의 하루가 궁금해져서 말을 걸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마음속으로 인터뷰를 해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선진. 61살 버스 운전사입니다. 20년 넘게 이 버스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Q. 요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A. "저야 뭐 매일이 똑같죠. 이번 주는 오전 근무라 첫차부터 운행합니다.
똑같은 길을 반복하니,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사람들이 타고 내려요.
어쩔 땐 아는 사람 같기도 해요. 하하
피곤해서 지치기도 하지만,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죠."
Q.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오전/오후 근무가 격주로 바뀌는데, 그때 수면 패턴 맞추는 게 힘이 듭니다.
잠자는 시간이 매주 바뀌니까요"
Q. 아.. 그런 애로사항이 있군요. 잠자는 게 참 중요하실 텐데요...
그런데 혹시, 기사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세요?
A. "가끔 무례한 손님이 있을 때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 동네 특성상 노인분들이 많습니다.
매일 타는 할머니 한분이 계신데, 어느 날 안 보이면 괜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Q. 따뜻한 기사님이시네요. 앞으로 어떤 기사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그저 안전하고 친절한 14번 버스 아저씨로 기억되고 싶어요. 다른 건 더 바라지 않아요."
Q. 기사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말 한마디는 무엇일까요?
A. "그냥 친절한 인사 한마디가 좋죠. '안녕하세요.' 그 말이 별거 아니어도 들으면 좋더라고요
가끔 학생들이 내릴 때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줄 때도 좋고요 하하"(멋쩍은 웃음)
운전사 아저씨 그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으며, 나는 버스가 출발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하루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버스는 다음 정류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운전사 아저씨의 하루를 떠올리며, 버스운전사라는 직업이 가진 고충과 힘듦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당연하게 타고 다녔던 버스인데 오늘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버스는 다시 움직였고 , 나는 그 버스공간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건너편 반대로 오는 14번 버스 기사님과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