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6, 방콕->치앙마이
달리는 야간열차의 창문 위로 별똥별같은 빗방울이 흩어지고, 그 빗방울에 반사된 가로등의 주황색 빛이 창문을 조금씩 적셔나간다. 열차에 붙은 작은 접이식 테이블을 펼치고 처음 본 사람과 마주앉아 어색한 미소를 짓는 밤, 온통 어둠뿐인 풍경일지라도 창문이 있다는 사실이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된다.
열차 승무원들은 열차칸 입구에서부터 차례대로 열차 좌석을 펼치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깐다. 매트리스를 깔고, 순백색의 시트를 덮어씌운 뒤 베개를 놓고 커튼을 달아주는 체계적인 과정이 끝난 뒤 사람들은 조심스레 신발을 벗어두고 침대 위에 오른다. 커튼을 드리우면 한 평짜리 공간에 갇힌 몇 리터 안 되는 공기가 몸 전체를 포근하게 에워싼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
안락한 기차의 분위기에, 그냥 이 기차만 계속 타고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바깥의 풍경은 계속 변해가고, 작은 마을의 집들과 작은 기차역들이 스쳐지나간다. 방콕 근교 여행지에 있는 기차역에서도 외국인들이 하나 둘 타기 시작한다.
술은 금지라는 안내문을 보았지만, 가방에 챙겨온 맥주를 몰래 꺼내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다. 말라리아부터 강도까지, 그렇게 겁내던 장기 여행을 드디어 시작했다는 생각과 함께 긴장이 풀어져서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짙은 재즈 음악에 몸이 나른해진다. 사람들 역시 조용히 저마다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있는 듯, 커튼 밖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백여개의 꿈을 실은 기차는 무거워진 차체의 중력에 기대어 묵직하고 고요하게 철로를 달린다. 화장실 곁을 지키는 철도 승무원마저 깜빡 졸아버리는 짙은 밤, 야간열차는 홀로 깨어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