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눅눅한 어느 날 오후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한가?
어제는 피곤해서 미칠 것 같았고 미친 듯이 아이들에게 화를 냈고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가사 노동이 오로지 내 몫임이 짜증이 났고, 온종일 집안을 돌아다니며 어지럽히는 아이들에게 참을 수 없이 화가 났고, 내 몸은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어깨와 눈꺼풀을 누르고 있는 듯이 무거웠다. 그리고 다음날 밤에 비교적 긴 잠을 자고, 아침을 먹은 후 적당한 카페인을 섭취하고 나니 어제보다 한결 몸이 가벼웠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 그런데 행복을 선택할 수도 있고 행복하지 않음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는 남편에게 짜증을 낼 수 있고,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음에 기뻐할 수 있는 선택의 순간. 무엇을 선택할까 잠실 망설이는데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선택하지 않으면 내일은 행복할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이제는 나의 행복을 의지를 사용해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살짝 꼬인 사람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사람, 만족하기보다 불평했고 받아들이기 한 발 앞서 의심하고 부정했다. 오죽했으면 대학 때 선배들이 나의 별명을 '싫어요'라고 했을까. 사람의 말과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보다 살짝 꼬고 비틀어야 직성이 풀리고 일단 거절부터 했으니 어디 행복이란 감정에 접근하기가 쉬웠겠는가. 게다가 난 막연한 낙관주이자들을 가장 싫어했다.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외치는 무책임한 긍정주의자를 멀리하고 불안해야, 불평해야, 불편해야... 되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고 무엇보다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고 싶지만 내 몸에 남아 있는 오랜 습관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행복을 선택하는 연습이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행복의 습관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는 오늘부터 어떠한 순간에도 행복이을 선택하기로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