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우리가 진짜 원하는 조언
3,013명이 말해 준 ‘웰니스 자신감 격차’와, AI 시대에 우리가 진짜 원하는 조언
퇴근길에 약국에 들르면 꼭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비타민 선반 앞에 한참 서 있는 사람들.
눈은 라벨을 훑고 있는데, 표정은 점점 굳어 간다.
나도 그렇다.
“면역”, “피로 해소”, “장 건강”이란 말은 넘쳐나는데
정작 내 몸에 지금 필요한 건 뭔지,
누가 한 줄만 딱 정리해 줬으면 싶다.
얼마 전 읽은 쏜(Thorne)의 ‘웰니스 자신감 격차’ 보고서는
이 답답함에 숫자를 붙여 준 연구였다.
2025년, 미국 소비자 3,0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다.
전국 대표 표본 1,000명, Z세대 1,008명, 밀레니얼 1,005명.
세대를 나눠 묻고 또 물었다.
“당신은 건강·웰니스 정보를 얼마나 자신 있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결과는 꽤 솔직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나한테 어떤 제품이 가장 맞는지 잘 모르겠다”(57%)고 말했다.
어떤 보충제가 좋은지에 대해
온라인에 상충되는 정보가 너무 많다고 답한 사람도 56%였다.
재미있는 건 비교 대상이다.
미국인은 영양제를 고르는 것보다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데 더 자신이 있다(65%).
건강보험을 이해하는 능력에 대해서도
보충제보다 더 자신감을 보였다(63%).
검사 결과와 혈액검사, 병력처럼
조금만 어려워 보이는 건강 정보 앞에서는
거의 3분의 1이 “해독하기 너무 어렵다”라고 말했다.
건강 정보를 읽고 나서
“그래서 나는 뭘 해야 하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4분의 1이었다.
정보는 넘치는데,
결정은 더 어려워진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를 믿을까.
여전히 80%는 의사와 친구·가족을 가장 신뢰했다.
뉴스는 그보다 낮은 46%.
하지만 Z세대와 밀레니얼로 내려가면,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웰니스 조언에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를 신뢰한다는 비율이
밀레니얼 41%, Z세대 40%.
베이비붐 세대는 13%에 그쳤다.
“온라인에서 유행이라서” 보충제를 산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Z세대의 거의 절반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밀레니얼은 40%, 베이비붐 세대는 10%.
남성(42%)이 여성(37%)보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보충제를 살 가능성도 더 높았다.
흥미로운 건, 이 혼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보충제를 믿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의 3분의 2는
“보충제는 효과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의 절반은
보충제가 일반의약품이나 처방약보다 더 낫다고 느낀다.
Z세대의 70%는
“보충제가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라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여러 가지 중에서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 건 꽤 단단했다.
임상 연구와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되는 제품(37%),
제품 라벨에 모든 성분이 명확하게 적힌 것(33%),
깨끗하고 순수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33%).
결국 사람들은
“과학으로 검증됐는지, 뭐가 들어있는지, 깨끗한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 질문은 사람에게만 묻지 않는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보충제 선택을 단순화하고
개인화된 추천을 주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기꺼이 쓰겠다고 답했다.
미국인의 거의 절반(41%)은
ChatGPT 같은 AI 플랫폼을
건강·웰니스 조언에 대해 신뢰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밀레니얼의 신뢰도가 가장 높았다(48%).
지난달에 건강 조언을 얻기 위해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의 43%.
남성은 52%, 여성은 37%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검색창 대신 챗봇에게 묻고,
“나한테 맞는 건 뭐야?”를 입력한다.
쏜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자사 데이터로 학습시킨 AI 웰니스 어드바이저 ‘탈라(Tala)’를 만들었다고 한다.
40년 넘게 쌓아 온 임상 연구, 전문가 경험, 제품 과학을
AI에게 가르친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강조한다.
AI는 인간의 안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내를 ‘향상시키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웰니스 자신감 격차를 메우려면
과학적 엄밀성, 제품 품질, 제3자 테스트, 전문가 파트너십,
그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접근 가능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보고서를 덮고 나니
약국 선반 앞에서 멈춰 서 있던 내 뒷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이거 드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내 검사 결과, 내 생활, 내 고민을 알고 나서
조용히 건네지는 한 줄의 설명인지도 모른다.
신뢰할 수 있는 지식,
나를 이해하는 가이드,
그리고 그 둘을 이어 주는 도구.
언젠가 약국 진열대 앞의 내가
혼란이 아니라 작은 확신을 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웰니스 자신감 격차를
조금 좁힌 하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