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캔 에너지 드링크에 기대던 한 남자가 뇌졸중으로 배운 것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가 팔을 스친다.
형형색색 캔들 사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날개를 달아 준다는 에너지 드링크다.
“야수를 깨워라, 몰입의 연료.”
야근이 길어지는 날, 이런 문구는 참 설득력 있다.
나도 몇 번은 그 말에 손이 끌렸다.
그러다 어느 날, 에너지 드링크와 뇌졸중을 연결한 증례 보고를 읽었다.
영국 의학저널(BMJ Case Reports)에 실린, 딱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겉보기엔 건강하고 체력도 좋던 50대 남자.
이 남자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하루 여덟 캔.
그에게 에너지 드링크는 커피 대신, 물 대신, 거의 “기본값”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왼쪽이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왼쪽 팔과 다리가 굳고 저리고,
균형을 잡기 어렵고, 걷는 것도, 삼키는 것도, 말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압은 254/150mmHg였다.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고 듣는 120/80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숫자다.
뇌 영상에서는 시상에 뇌졸중이 보였다.
시상은 우리가 느끼고 움직이는 일을 돕는, 뇌 속 깊은 부위다.
의사들이 혈압을 낮추는 약을 쓰자
수축기 혈압, 그러니까 위쪽 숫자가 17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자
혈압은 다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올라갔다.
약을 늘려도 잘 잡히지 않았다.
추가로 문진을 하다가
의사들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발견했다.
하루 평균 8캔의 에너지 드링크.
각 캔에는 카페인 160mg.
하루 총 1,200~1,300mg.
카페인의 권장 최대 섭취량이 400mg이라는 걸 떠올리면,
그는 하루에 세 배 넘게, 그것도 오랫동안 마셔 온 셈이다.
의사들은 에너지 드링크를 완전히 끊으라고 강하게 권했다.
그가 실제로 끊자, 혈압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계속 올리던 혈압약도 결국 중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에너지 드링크가 저에게 어떤 위험을 만들고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는 말했다.
뇌졸중이 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왼손과 손가락, 발과 발가락은 여전히 둔하다.
의사들은 지적한다.
에너지 드링크의 잠재적 위해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영국에서는 2018년,
비만·당뇨병·충치 예방의 일환으로
대형 슈퍼마켓들이 16세 미만에게 에너지 드링크를 팔지 않는
자발적 제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음료가
허혈성·출혈성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우리가 아는 건 “카페인이 많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증례 보고는 말한다.
이 음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카페인이 더 숨어 있다고.
예를 들어 과라나는
커피콩의 두 배 농도의 카페인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타우린, 인삼, 글루쿠로놀락톤, 설탕 같은 다른 성분들과
카페인이 함께 섞이면,
혈압에 훨씬 극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썼다.
그래서 의사들은 제안한다.
원인이 잘 설명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반드시 에너지 드링크 섭취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생활습관 상담에는
에너지 드링크가 심혈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포함해야 한다고.
물론, 이 보고서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이 한 사례만으로
“에너지 드링크가 뇌졸중을 일으킨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들은 말한다.
점점 쌓이는 연구들,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이 남기는 높은 이환율과 사망률,
그리고 고당 음료의 위해성이 잘 문서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보면,
우려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그래서 그들은,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에너지 드링크의 판매와 광고를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뇌혈관·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제안했다.
야근하던 어느 날 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망설이던 나 자신을 떠올리며
나는 이 사례를 다시 한번 읽었다.
하루 한 캔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습관”은 하루가 아니라,
몇 년의 무게로 우리 몸에 쌓인다.
오늘만큼은, 손에 쥔 캔을 한 번 더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도,
언젠가 만나게 될 환자에게도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하루에는, 에너지 드링크가 몇 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