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가 돌아온 NMN

한 병의 보충제를 둘러싼 FDA, 소송, 그리고 소비자 선택의 이야기

by 전의혁

몇 해 전부터 약국 진열대 한 칸을 차지하던 병이 있었다.
라벨에는 “NMN”이라고 적혀 있었다.
“비타민 B3의 한 형태”, “NAD+를 올려 세포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을 보고
중년 손님들이 하나씩 집어 가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칸이 텅 비었다.
공급 문제인가, 유행이 지난 건가 싶었지만,
뒤에는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NMN, 정식 이름은 베타-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
우리 몸 세포 안에서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
그러니까 NAD+ 수치를 올리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치를 높이면 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의미 있는 이점이 보고돼 왔다.


그래서 “안티에이징 보충제”로 빠르게 주목받았지만,
2022년 말 미국 FDA가 제동을 걸었다.


신코자임(SyncoZymes),
내몽고킹덤웨이(Inner Mongolia Kingdomway) 같은
원료 업체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FDA는 NMN이 과거 ‘의약품’으로 선행 조사된 적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식이성분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한마디로,
“이건 약 개발용으로 먼저 찍혔으니 보충제에서 빼라”는 뜻이었다.


여기서 천연물협회(NPA)와 미국 자연건강연합(ANH USA)이 나섰다.


2023년 3월 7일, 두 단체는 공동 시민 청원을 제출했다.
FDA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는 “NMN이 식이보충제 정의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공식 인정하라는 것,
다른 하나는 최소한 NMN 보충제 판매에 대해
집행 재량을 약속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3년 9월, FDA의 답은
“경쟁적인 기관 우선순위 때문에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는 한 줄로 요약됐다.
사실상 “나중에 보자”는 이야기였다.
그 사이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2024년 8월, NPA는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NPA와 미국 법무부(DOJ)는
NMN을 둘러싼 다툼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휴지기를 만들기 위해 협력했다.


10월 30일, 폴 L. 프리드먼 미국 지방법원 판사는
FDA가 시민 청원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멈추는 정지 조치를 허가했다.


이와 동시에 FDA는
“식이보충제로 표기된 NMN 제품”에 대해서는
집행 재량 기간을 시작했다.
쉽게 말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동안에는 당장 단속하진 않겠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9월,
FDA는 시민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입장을 바꿨다.


NMN이 식이보충제에 사용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명확히 밝힌 것이다.


처음에 문제를 제기받았던 신코자임과
내몽고킹덤웨이는
FDA로부터 새로운 서신을 받았다.
기관이 입장을 재고했고,
NMN이 더 이상 식이보충제 정의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확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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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자 FDA 서한을 받은 뒤,
NPA 회장이자 CEO인 다니엘 패브리컨트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서한은 NMN이 합법적으로 식이보충제로 판매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방관하고 있을 때, NPA의 노력은
이 특정 사안에서 명백한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NMN 문제의 핵심에는
DSHEA(식이보충제 건강교육법)에 담긴
‘약물 선점(drug preclusion)’ 조항이 있다.


어떤 성분이 먼저 ‘약물’로 조사되면
나중에 보충제로 인정받기 어렵게 만드는 조항인데,
NPA는 이것이 일관성 없이 적용되면서
오랫동안 안전하게 팔려 온 보충제 성분들까지
위협해 왔다고 지적해 왔다.


그래서 앞으로도 의회와 협력해
이 조항을 다듬는 입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패브리컨트는 말했다.


“NMN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해
공식 시민 청원, FDA 상대 소송까지 포함한
이례적으로 큰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의회의 조치가 없다면,
이제 펩타이드와 기타 차세대 성분들도
새로운 약물 시험계획서(IND)에 얽히면서
불확실성이 짙어질 것입니다.


그건 연구를 얼어붙게 하고,
투자를 위축시키며,
혁신을 약화시키고,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해법은 하나였다.
규제의 명확성.


그래야 DSHEA가 의도한 대로 작동할 수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책임 있는 혁신이 꽃필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과학 기반의 틀.


다시 약국 진열대를 떠올려 본다.


한때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NMN 한 병은
그저 “노화에 좋은 보충제”가 아니다.


그 뒤에는
시민 청원, 소송, 규정 해석,
그리고 “과학과 시장 사이에서 소비자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둘러싼
긴 싸움이 겹겹이 쌓여 있다.


카운터 앞에서 누군가가 묻는다.
“이거, 이제는 괜찮은 거예요?”


나는 아마 이렇게 답하게 될 것 같다.


“효과와 안전성은 여전히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적어도 ‘보충제로 팔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법과 규제가 조금 더 명확한 답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우리 몫은, 그 틀 안에서 더 현명하게 고르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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