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의 첫 스마트폰, 우리 아이에게 너무 빠를까

폰을 가진 아이에게 더 많이 보인 우울감, 수면 부족, 비만 위험 이야기

by 전의혁

초등 5학년 아이가 어느 날 저녁 밥상에서 말했다.
“엄마, 우리 반에서 스마트폰 없는 사람 이제 세 명밖에 없어. 나도 갖고 싶어.”


그 말이 떨어지고, 나도 모르게 젓가락이 멈췄다.
학부모 단톡방에서는 이미 “언제 사 줄지”가 뜨거운 주제였다.
안 사주자니 뒤처지는 것 같고, 일찍 쥐여 주자니 막막했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든 뒤 나는 스마트폰과 아이 건강에 대한 논문 기사를 읽었다.
미국 「소아과학(Pediatrics)」에 실린 연구였다.
제목은 조금 직설적이었다.
“12세 미만 아동에게 스마트폰을 갖게 하는 것은 해로울 수 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UC 버클리,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ABCD)’에 참여한
미국 청소년 1만 명이 넘는 데이터를 분석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모은 자료.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뇌 발달과 아동 건강에 대한 가장 큰 장기 연구라고 했다.


참가자의 63.6%는 이미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다.
첫 스마트폰을 받은 나이의 중앙값은 11세.


연구진이 궁금했던 건 단순했다.
“이 나이에 자기 스마트폰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가
건강 결과와 관련이 있는가?”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앱을 쓰는지는 아예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직 ‘소유 여부’와 ‘건강’ 사이의 관계만 봤다.


결과는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아프게 다가왔다.


12세, 혹은 그 이전에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우울감과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비만 위험도 함께 올라가 있었다.


특히 어린 연령일수록,
그러니까 같은 스마트폰 소유라도
더 일찍 가진 아이일수록
수면 질 저하와 비만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20251212 _ 열한 살의 첫 스마트폰, 우리 아이에게 너무 빠를까 _ 2.png


연구진은 12세까지 스마트폰을 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했다.
1년 뒤를 다시 들여다보니
여전히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이
정신 건강 면에서 더 나은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혹시 “그냥 다른 태블릿이나 아이패드를 쓸 수도 있잖아”
라는 반론이 떠오를 수도 있다.
연구진도 그 가능성을 생각해,
다른 전자기기 소유 여부를 감안한 뒤 다시 분석했다.
그래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소아정신과 전문의 란 바르질라이 박사는
청소년 자살 예방·중재·연구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번 결과가
스마트폰을 “십 대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봐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의 한쪽 면만 보지는 않았다.
또래와의 사회적 연결을 도와주고,
학습을 도와주며,
어떤 집에서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앞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더 세밀하게 보려고 한다.


소유 자체보다,
사용 시간인지,
잠들기 전까지 붙들고 있는 습관인지,
아니면 소셜 미디어나 게임 같은 특정 콘텐츠인지.


특히 10세 이전에 스마트폰을 갖게 된 더 어린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지,
어떤 아이들은 더 취약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이점에서 도움을 받는지
그려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들이
이 부정적인 결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연구 기사를 덮으려는 순간,
머릿속에 다른 이름이 하나 더 떠올랐다.


전 미국 공중보건국장 비벡 머시.
그는 2023년 소셜 미디어와 정신 건강에 대한 권고문에서
집 안에 “기기 없는 구역(tech-free zones)”을 만들고,
아이들이 대면 관계, 직접 만나는 우정을 키울 수 있게
돕자고 권했다.


미국 여러 주에서는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도 이미 시행 중이다.


20251212 _ 열한 살의 첫 스마트폰, 우리 아이에게 너무 빠를까 _ 2.jpeg


하지만 현실을 보면, 흐름은 이미 많이 진행됐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3~17세의 95%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11~12세 자녀를 둔 부모의 절반 이상이
“우리 아이도 스마트폰이 있다”고 답했다.
8~10세 아이 부모의 약 30%,
5~7세의 12%,
심지어 5세 미만 아이 부모의 8%도
같은 대답을 했다.


“대부분의 십 대는 결국 스마트폰을 갖게 될 것”
바르질라이의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조금 달라진다.


“줄까, 말까”에서
“언제, 어떤 조건으로 줄까”로.


그 시점이 되면
아이의 스마트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피고,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는지,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화면을 붙들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가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우리 집 저녁 식탁 장면으로 돌아온다.


“엄마, 나만 폰 없으면 어떡해?”
아이의 질문 안에는
소외에 대한 두려움과
부모에게 기대는 믿음이 동시에 들어 있다.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너도 폰을 갖게 될 거야.
근데 그건 단순히 ‘갖는 것’이 아니라
너의 마음, 잠, 몸과 연결된 선택이기도 하거든.
그래서 우리, 조금 더 천천히 같이 고민해 보자.”


그 말이 우리 집만의 작은 연구가 될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사라졌다가 돌아온 N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