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기준이 사라진 날, 나는 더 조심해졌다

“하루 몇 잔” 대신 “덜 마셔라”만 남은 새 지침이 던진 혼란

by 전의혁

요즘은 술 얘기를 꺼내기가 더 조심스럽다.


약 봉투를 건네며 “밤에 드시죠”라고 말할 때, 옆 진열대에 놓인 숙취해소제 광고 문구가 눈에 걸린다.
누군가는 기분 전환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불면의 마개라고 말한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하루를 버티는 방식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기준이 흐려질수록 마음이 더 헷갈렸다.
혹시 당신도 “적당히”라는 말이 내게는 얼마나인지 자꾸 계산하게 되나?


20260114 _ 알코올 권고, ‘하루 1~2잔’ 사라진 정책 이유 _ 2.png


지난봄, 미국 보건복지부(HHS) 공무원들로 구성된 한 그룹이 남성의 알코올 섭취 권고 한도를 하루 1잔으로 절반으로 낮추는 초안을 쓰고 있었다고 전직 정부 소식통들과 문서가 전했다.
그 초안에는 “알코올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문장도 있었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하루 1잔 이하로 마시면 매년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여성 권고는 기존대로 하루 1잔을 유지하는 방향이었다.


국립암연구소 데이비드 베리건 박사는 하루 1잔 미만의 음주에서도 유방암과 두경부암 위험 증가를 시사하는 암 역학 근거가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제안은 공개되지 못했다.


지난 수요일, 트럼프 행정부는 1회 제공량에 대한 조언을 아예 제시하지 않는 새 지침을 발표했고, 대신 더 나은 건강을 위해 “덜 마시라”라고만 권고했다.
그 결과 35년간 유지돼 온 권고,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이라는 문장이 삭제됐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렇게 넓어진 문장 하나가 알코올 섭취 증가로 이어지고, 알코올 관련 사망과 질병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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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는 사람마다 다르게 번역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캐런 해커 박사는 사람들이 절제의 의미를 자신에게 맞게 재정의할 것이고, 그 범위는 매우 클 수 있다고 말했다.
HHS는 정책이 근거와 ‘골드 스탠더드 과학’에 의해 추진되며, 과학 외의 것이 작업을 이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의료보험기관장 메흐메트 오즈 박사는 알코올은 소량으로 소비돼야 한다고 말했고, “아침 식사로 마시지는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장면은 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로 보였다.


알코올 지침은 설탕, 유제품, 와인, 맥주, 증류주 산업까지 여러 산업의 로비가 몰리는 지점이라고 했다.
조니 워커를 만드는 디아지오(Diageo), 밀러 라이트를 보유한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같은 주요 업체들과 협회가 최소 2021년부터 2025~2030년 지침을 두고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시장조사 업체 IWSR는 알코올 산업의 전 세계 매출이 약 1조 2,000억 달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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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학도 두 갈래로 갈렸다.


2022년 의회는 알코올의 건강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130만 달러를 배정했고, 미국 국립학술원(NASEM)이 수행하도록 했다.
2024년 12월 공개된 NASEM 연구는 ‘절제된 음주’가 모든 원인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일부 부정적 건강 영향도 확인했다.
반면 HHS가 별도로 계획한 ‘알코올 섭취와 건강 연구(Alcohol Intake and Health Study)’ 초안 결과는 2025년 1월 공개됐고, 하루 1잔의 음주조차 간암, 구강암, 인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군가는 “독립적”이라는 말을, 누군가는 “편향”이라는 말을 붙였다.


업계 단체들은 NASEM 보고서가 더 독립적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주장했고, 정부 작업은 알코올에 편향된 과학자들이 주도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공중보건 단체들은 이견을 제기했고, HHS가 위촉한 과학자 프리실라 마르티네스 박사는 사람들이 알코올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편향보다 과학(Science Over Bias)’이라는 연합체는 HHS 보고서가 결함 있고 불투명하며, 편향과 이해충돌이 만연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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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사람도 바뀌었다.


두 연구가 모두 공개된 뒤 약 한 달 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가 보건장관으로 취임했고, 4월 초 대대적 개편 과정에서 1만 명 이상이 해고됐다고 전해졌다.
전직 소식통들에 따르면 더 엄격한 지침을 준비하던 핵심 보건 당국자 일부가 해고되거나 배제됐고, 내분비학 배경의 도로시 핑크 박사가 지침 작성 업무를 넘겨받았다고 했다.
이메일에는 미 농무부(USDA)의 고위 자문관 제니퍼 틸러(Jennifer Tiller)가 지침을 감독하며 봄과 여름에 알코올 업계 단체들과 만나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는 요즘 “몇 잔”을 말하기보다, “왜 마시는지”를 먼저 듣는다.
기준이 사라진 자리에, 내 사정이 더 크게 들어오니까.
오늘은 단 하나만 정해도 충분하다. 어제보다 덜 마시는 쪽으로.


치료나 약을 바꾸는 결정을 포함해 음주를 조절하는 방식은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내 상황에 맞는 안전한 범위는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잡아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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