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를 닮은 일정, 미국의 선택

‘최소주의’는 나라의 조건을 닮을 때 의미가 생긴다

by 전의혁

백신 이야기는 늘 목소리를 낮추게 만든다.
아침에 약국 문을 열고, 안내문을 유리문에 붙였다가 다시 떼어낸 적이 있다.
아이 손을 꼭 잡은 보호자의 눈빛이 흔들릴수록, 내 문장도 짧아진다.


그건 무관심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어디까지가 기본인가”가 흐려질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권고’라는 단어가 갑자기 멀게 느껴진 적이 있나?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지난 5일 소아 권장 백신 일정을 크게 바꾸며 덴마크를 모범 사례로 강조했다. 덴마크는 인구 600만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미국이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훨씬 적은 백신을 아이들에게 접종한다.
새 일정은 A형·B형 간염,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 질환, 인플루엔자, COVID-19를 “모든 아이에게” 권고하지 않고, 부모와 의사 사이의 ‘공유 임상 의사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백신 일정은 ‘모범 답안’이 아니라, 그 나라의 생활을 닮아야 한다.


20260115 _ 소아 백신 일정, 왜 덴마크식이 미국에 위험할까 _ 2.png


이 변화는 비판을 불렀고, 한 전직 CDC 고위 당국자는 덴마크 일정을 미국 프로그램의 “제트 엔진”에 비해 “장난감 비행기” 같다고 비유했다.
그런데 덴마크의 감염병 전문의 옌스 룬드그렌 박사는 미국과 덴마크는 매우 다른 나라라고, 백신 일정은 각 인구집단의 필요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룬드그렌은 “백신별로” 봐야 한다며 B형 간염부터 설명했다.
덴마크는 진단되지 않은 B형 간염 비율이 매우 낮고, 매우 효과적인 산전 선별검사 프로그램이 있어 모든 신생아에게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산모가 양성이거나 가까운 접촉자에게 B형 간염이 있을 때 아기가 접종한다는 것이다.


그가 더 자주 꺼낸 단어는 비용-효과성만이 아니었다.
일정에 백신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추가하느냐와 백신 수용률 사이에는 균형이 있고, 그 균형이 무너지면 부모가 선택을 시작한다고 했다.
실제로 덴마크는 COVID-19 팬데믹 이후 2~6세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도입했다가, 기대만큼 접종률이 높지 않아 다시 제외했다고 말했다.


덜 중요한 것과 더 중요한 것 사이의 선택은, 생각보다 쉽게 바뀐다.


로타바이러스는 덴마크에서 아직 권고되지 않지만 논의 중이라고 했다.
로타바이러스는 사소하지 않지만 대개 매우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백신이 이점을 주지만 “아주 훌륭한 백신은 아니다”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수막구균 질환은 덴마크에서는 현재 공중보건 문제로 보기 어렵고,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어 다른 백신이 우선순위라는 입장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강조한 건 ‘나라의 조건’이었다.
미국은 훨씬 더 다양하고, 의료 접근성도 훨씬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덴마크에는 그런 불평등이 없다고 했다.
만약 산전 진료가 불충분한 여성이 상당수인 곳이라면 B형 간염 백신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그런 맥락에서는 광범위한 접종이 타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는 빠르고, 신뢰는 천천히 만든다.


20260115 _ 소아 백신 일정, 왜 덴마크식이 미국에 위험할까 _ 2-1.png


룬드그렌은 부모에게 결정을 맡긴다는 생각 자체는 근본적으로 옳다고 했다.
다만 부모에게는 실제 전문성을 가진 보건의료 전문가의 지침이 필요하고, 무엇이 합리적인지 말하는 주체는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가여야 한다고 했다.
나쁜 정보는 매우 빠르게 신뢰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백신 피로”는 내가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과 닮아 있었다.
일정에 백신을 너무 많이, 특히 너무 빠르게 넣으면 부모가 그중에서 골라 선택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관점을 잃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 빈틈을 메우러 사람들이 페이스북 같은 신뢰할 수 없는 출처로 향한다고, 그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은 결론 대신 질문을 하나만 남겨두고 싶다.
우리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백신은 무엇이고, 그 근거는 누가 어떤 언어로 설명해 주고 있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나 신뢰할 의료진과 함께, 내 아이의 상황에 맞춰 차분히 정리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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