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가 ‘정부 근거’ 건강표시를 막은 날
라벨을 읽다가, 손이 멈춘 적이 있다.
퇴근길 마트에서 장바구니 손잡이를 쥔 채, 나는 작은 글씨를 따라가다 말았다.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오메가-3 같은 단어는 익숙한데, 그다음에 붙는 문장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갑자기 헷갈려졌다. “이 말은 해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그건 과민이 아니라, 경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건강 정보’가 소비자에게 닿는 방식이 규정으로 바뀌는 순간에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포장지 문장 하나가 왜 이렇게 복잡해졌는지 궁금한가?
이번에는 FDA가 선을 그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내추럴헬스연맹(ANH-USA)이 청원한 118개의 영양소–질병 진술 가운데 116개의 건강표시를 기각했다. ANH는 2025년 9월, NIH와 CDC 등 연방 보건기관 과학자들이 만든 정부 간행물과 대중 대상 자료에서 직접 발췌한 문장들을 “정부 근거”로 묶어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그 진술들은 판매 시점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거나 공유되는 것이 금지된다. 비타민 전반과 여러 미네랄뿐 아니라, 아슈와간다, 캐모마일, 크랜베리, 엘더베리, 마늘, 생강, 강황 같은 식물성 원료 관련 표시까지 포함됐다.
문장을 막는 일은, 정보의 문을 닫는 일과 닮아 있다.
ANH-USA의 법률고문 조너선 에모드는 두 개의 표시가 ‘암시적 의약품 표시’로 보였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기관 심사 없이도 허용되는 구조/기능(structure/function) 표시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결정을 ‘피어슨 대 샤랄라(Pearson v. Shalala)’라는 선례에 비춰 수정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검열이라고 규정했다.
ANH는 더 강하게 갔다. FDA가 정부 과학자들이 작성한 진술들을 식료품점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검열하기로 한 것은 투명성에 대한 약속을 조롱하는 일이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의제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컬럼비아특별구 연방 지방법원에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이야기는 ‘누가 옳으냐’보다 ‘어떤 규칙이 적용되느냐’로 흘러간다. 중심에는 1997년 제정된 FDA 개선 법안(FDAMA)이 있다. FDAMA는 특정 조건에서, 미국 정부의 과학기관 또는 미국국립과학원 (NAS)이 “권위 있는 진술(authoritative statement)”을 출판한 경우 통상식품(conventional foods)에서 건강표시나 영양소 표시를 허용한다고 적고 있다. 동시에 그 표시는 권위 있는 진술을 정확히 반영해야 하고,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FDA는 1998년에 지침을 내며 건강표시에 ‘유의미한 과학적 합의(SSA)’ 기준을 요구했고, 지정된 과학기관의 모든 발표가 이 기준을 충족하는 건 아니라고 못 박았다. ANH 청원은 바로 여기서 “법 조문의 문언과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진입 전 SSA 심사에서 면제하라는 법 취지와, FDA의 해석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FDA는 또 한 번 선을 그었다. FDAMA는 통상식품에만 적용되고 건강보조식품(dietary supplements)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근거 법이 ‘authoritative’의 정의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ANH가 인용한 정부 과학자들의 진술은 FDAMA가 말하는 “권위 있는” 진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신뢰할 수 있고 과학 기반이라고 설명한 소비자 대상 교육 자료라 하더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라벨의 문장은 과학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모드는 피어슨 대 샤랄라 판결을 꺼내 들며, FDA가 진실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는 건강표시를 억제하려면 그 표시가 거짓임을 적극적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표시들은 정부 과학자들이 동료심사 논문에서 지지한 진술들이고, FDA는 판매 시점에서 그것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을 금지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원고와 모든 미국인의 수정헌법 제1조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소비자 앞에서 정보가 어떤 모양으로 전달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사실인가”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는 가끔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틈에서, 라벨을 읽던 사람의 손이 멈춘다.
오늘은 라벨을 읽을 때, 문장 하나를 더 보자.
그 문장이 ‘허용된 정보’인지 ‘금지된 표현’인지가 아니라, 왜 그 경계가 생겼는지까지.
다만 특정 성분이나 제품 선택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가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