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는 사람이 늘자 푸드테크와 영양 지원에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녁 장을 보고 오면, 냉장고보다 영수증을 먼저 본다.
예전엔 “얼마나 샀나”였는데, 요즘은 “무엇을 샀나”로 질문이 바뀐다.
양이 줄어드는 순간, 기준은 더 까다로워진다.
그건 다이어트 유행이 아니라, 몸의 규칙이 달라진 데 가깝다.
카이저 가족재단은 2024년 미국 성인 8명 중 1명, 3,000만 명 이상이 오젬픽 같은 GLP-1 약물을 복용한다고 보고했다.
이 숫자에 식품, 보충제, 헬스케어 투자자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체중계가 아니라, 시장의 문법이 바뀐다.
샌프란시스코의 슈거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브라이언 슈거는 이 변화를 “전환의 경제”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도 오젬픽으로 40파운드를 감량했고, “오젬픽과 경쟁하지 말고 오젬픽을 ‘액세서리처럼 보완’하라”고 말했다.
‘자연의 오젬픽’을 내세우는 제안들이 요점을 놓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몸으로 사는 문제다.
슈거가 꼽은 흔한 변화는 근육 손실, 단백질 흡수장애, 마그네슘 고갈, 모발 가늘어짐 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이것들을 “해결해서 정상으로 복귀”할 대상이 아니라, 전환이 만들어낸 “영구적 조건”으로 봤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투자의 기회가 있다고 했다.
그가 투자한 그륀스(Grüns)는 그 전략을 보여준다.
2023년 180만 달러 프리시드 라운드에 참여했고, 올해 3,500만 달러 시리즈 B에도 참여했다.
통식품(whole foods), 어댑토젠(adaptogens), 프리바이오틱(prebiotics) 등 60가지 원료로 만든 구미(gummies)로 ‘핵심 영양소 공백’을 메우겠다는 목표였다.
“칼로리를 40% 덜 섭취하는 몸도 완전한 영양이 필요하다”는 말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들린다.
투자자들이 쓸어 담는 카테고리는 크게 세 갈래로 보인다.
첫째는 영양 지원 플랫폼이다. 베리 스트리트(Berry Street)는 보험 적용 영양 치료를 내세워 5,000만 달러를 조달했고, 페이 뉴트리션(Fay Nutrition)도 AI 기반 매칭을 앞세워 시리즈 B 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베리 스트리트 CEO 노아 코틀로브(Noah Kotlove)는 보험사가 영양 상담 비용을 기꺼이 내는 이유를 “더 비싼 치료를 예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GLP-1의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우선순위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마법의 탄환이라는 말이 가장 위험할 때가 있다.
베리 스트리트의 미셸 레이거(Michele Rager)는 플랫폼 환자의 20% 이상이 GLP-1 복용 중이라고 했고, GLP-1은 생활습관과 행동 변화와 결합될 때 가장 잘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보충제는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이점”을 보일 수 있어도, 처방약 밖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영향의 대부분은 식단과 움직임 같은 생활 요인에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 문장을 메모해 두고, 장을 볼 때마다 다시 꺼내 본다.
둘째는 ‘식약동원(food as medicine)’ 흐름이다.
브랜치 벤처 그룹의 마르시아 후퍼는 의학적으로 맞춤화된 식사나 농산물 처방 같은 프로그램이 만성질환자나 식품 접근이 불안정한 사람에게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GLP-1이 체중 감소에 성공적일 수 있지만 근육량과 골밀도를 많이 잃을 수 있고, 덜 먹게 되니 먹는 음식은 더 영양 밀도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식품과 보충제의 ‘재설계’다.
라리사 짐베로프는 GLP-1 사용자는 정크푸드를 덜 사지만 여전히 간식을 먹고, 더 건강한 옵션을 찾는다고 했다.
그래서 코카콜라의 7온스 캔, 초콜릿바와 아이스크림까지 번지는 단백질 강화, 다논(Danone)과 지보당(Givaudan), 인그리디언(Ingredion)이 메스꺼움 대응을 위해 생강 활용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등장했다고 했다.
덜 먹는 시대의 키워드는 ‘작게’가 아니라 ‘진하게’다.
지보당과 인그리디언이 투자한 식품 연구소 미스타(Mista)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대기업과 연결한다고 했고, 3월 심포지엄에는 60개 기업이 모여 GLP-1과 초가공식품 흐름을 논의했다.
한 팀은 125밀리리터 음료에 단백질 21g과 식이섬유 5g을 담고, 비타민 A·D·E를 캡슐화해 1일 영양소 기준치 100%를 제공하면서도 “비타민 맛”은 나지 않게 한 데모를 만들었다.
편의점 계산대의 에너지 샷을 닮은 ‘최소 용량’ 포맷이었다.
후퍼는 GLP-1을 “장을 위한 안경”에 비유했다.
일시적 다이어트가 아니라, 영구적 건강 관리 도구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투자도 체중 감량 카테고리를 넘어, 영양 지원 서비스 같은 즉각적 기회와 부작용 및 영양 공백을 다루는 특화 보충제, 그리고 소용량 고영양 식품 기술로 길게 뻗는다.
오늘 장바구니에서 내가 확인하는 건 한 가지다.
먹는 양이 줄어도, 몸이 필요한 건 줄지 않는다는 사실.
당신의 몸이 이미 달라졌다면, 시장은 그다음을 팔고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