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찼던 10분, 세포는 더 빨리 고쳤다

대장암을 ‘운동으로 치료’한다는 말 대신

by 전의혁

운동화 끈을 묶다가, 잠깐 망설인 날이 있다.


저녁 먹고 난 뒤 거실 불만 켜둔 채, 실내자전거 옆을 서성거렸다. 페달은 멀쩡한데 내 마음이 먼저 무거웠다. “고강도”라는 단어는 때로 의지보다 겁을 먼저 부른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암’이라는 단어가 삶에 스며든 사람들 앞에서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혹시 당신도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 부담으로 들린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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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이 운동이 대장암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기존 연구에서 운동이 암에 어느 정도 보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신호는 있었고, 이번에는 그 보호 효과가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이해를 넓히려 했다.


단 한 번의 고강도 운동 세션만으로도, DNA 손상이 더 빠르게 복구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운동이 심장만 챙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이번엔 실험실 안에서 구체적인 표정으로 나타난 셈이다.


연구진은 고강도 운동 세션 전후로 혈액을 채취했다. 그리고 각 혈액 샘플에서 얻은 혈청을 실험실에서 암세포에 적용했다. 운동 후 혈청에 노출된 암세포에서는 1,300개 이상의 유전자에서 활동 변화가 관찰됐다. 이 결과가 “운동이 암을 치료한다”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 활동이 대장암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나는 여기서 문장을 한 번 더 천천히 읽게 된다.
‘치료’가 아니라, ‘설명’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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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50~78세 성인 30명이었고,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지만 그 외에는 건강한 상태였다. 연구 저자들은 비만이 있는 사람들과 암이 있는 사람들이 운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유사한 급성 분자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이 참가자들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운동은 짧고 강도 높은 실내자전거 세션이었다. 자전거 저항을 점진적으로 높여 최대 노력에 도달할 때까지 진행했고, 그 과정은 약 10~12분이 걸렸다. 말로는 짧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시간이다.


운동 후 혈액에서는 여러 단백질 수치가 증가했는데, DNA 복구에 기여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도 포함됐다. 또 연구진은 빠른 세포 분열과 연관된 유전자들이 억제되는 신호를 확인했고, 이것이 암세포 성장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실험은 한 번 더 깊어졌다. 운동 전과 운동 후 혈액으로 각각 혈청을 만들고, 대장암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교했다. 운동 후 혈청은 DNA 복구와 종양 성장 관련 경로를 포함해 유전자 활동에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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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장면은 방사선을 도입했을 때였다. 운동 후 혈청으로 처리된 암세포에서 복구 반응이 더 빨랐다. 연구진은 고강도 운동이 모든 대장암 환자에게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단 한 번의 고강도 운동 세션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낮은 강도의 운동도 유사한 이점을 줄 수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분의 격렬함이,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만든다.


전문가들은 흥미롭지만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미국 롱비치 메모리얼케어 토드 암 연구소의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나일레시 보라 박사는 이번 결과가 “매우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했고, 짧은 에너지 폭발이 많은 유전자를 변화시키고 DNA 복구를 촉진할 수 있어 결장암 환자들이 더 많은 암세포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화된 고강도 운동 프로그램을 따르는 결장암 환자에서 재발이 더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기존 연구와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유망하지만, 더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려면 더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결장암 환자에서 고강도 운동이 실제로 예후를 직접 개선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향적 임상시험도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호주 고스퍼드 병원의 소화기내과·간 전문의 주디 치우 박사도 비슷한 톤이었다. 그는 운동이 대장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전 일부를 설명해 주는 흥미로운 연구라고 평가하면서, 임상의들이 왜 암 환자에게 운동을 권고해 왔는지 ‘어떻게’의 설명을 보태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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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암이 없는 30명만 포함한 소규모 연구였고, 참가자들이 대체로 백인 영국계여서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시험관 내 모델이어서, 이것만으로 진료를 바꿀 수준은 아니라는 말이 뒤따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렇게만 말해두고 싶다.
운동은 기적이 아니라, 단서일 수 있다.


만약 고강도가 부담스럽다면, 그 부담을 그대로 들고 시작점부터 다시 잡아도 된다. 연구진도 더 낮은 강도가 유사한 이점을 줄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했다.


치료 중인 암 환자의 운동 강도와 방식은 개인의 상태와 치료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운동을 새로 시작하거나 강도를 올리기 전에는 의료진이나 담당 약사와 상의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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