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타이레놀과 ASD·ADHD ‘연관’ 다시 읽기
검색창을 닫았는데도 마음이 닫히지 않는 날이 있다.
저녁 9시, 싱크대 위에 물컵이 식고 약상자가 그대로 있다.
라벨의 문장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불안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혹시”라는 단어가 붙는 기사들을 읽을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약을 고르기 전에, 먼저 죄책감을 고르는 쪽에 가까운가?
임신 중 파라세타몰,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지시대로’ 사용했을 때를 다룬 새로운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 ⟪란셋 산부인과·부인과⟫에 실렸다.
결론은 단호하면서도 조심스럽다. 현재 근거에서는 자녀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임상적으로 중요하게 증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쪽이다.
말이 많아진 배경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5년 9월,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ASD·ADHD 같은 신경학적 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는 추정 근거를 라벨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FDA도 같은 발표에서, 연관성이 보고됐을 뿐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혼란을 키운 건, ‘약’이 아니라 ‘상황’이다.
FDA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 중 발열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일반의약품이며, 임신 중 발열은 태아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부프로펜과 아스피린은 일반적으로 임신 20주 이후까지는 권장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열이 오래가거나, 임신 1 삼분기(첫 3개월)에 고체온증이 겹치는 일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먹지 마”도, “괜찮아”도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나는 지금, 무엇을 근거로 흔들리고 있나?
이번 고찰의 연구진은 메드라인(MEDLINE)·엠베이스(Embase)·임상시험등록사이트(ClinicalTrials.gov)·코크란(Cochrane Library)을 각 데이터베이스 시작 시점부터 2025년 9월 30일까지 검색했다.
ASD·ADHD·지적장애 위험에 대한 보정 추정치를 보고한 연구만 모았고, 파라세타몰 노출이 있는 임신과 없는 임신을 비교한 연구를 포함했다.
보정되지 않은 연구는 제외했다.
핵심 분석은 형제 비교 연구로 제한했고, 오즈비(OR)를 계산했다.
말하자면, 같은 집안에서 비슷한 환경을 공유한 형제끼리 비교해 교란 요인을 더 줄이려 한 방식이다.
이 지점이 “추정”의 소음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총 43개 연구가 체계적 문헌고찰에 포함됐고, 17개 연구가 메타분석에 포함됐다.
형제 비교 연구를 고려했을 때 임신 중 파라세타몰 노출은 ASD, ADHD, 지적장애와 연관되지 않았다.
불안을 줄이는 근거는, 한 번 더 걸러도 남았다.
비뚤림 위험이 낮은 연구만 따로 봐도 연관성이 없었고, 추적관찰 기간이 5년을 넘는 연구만 보아도 같은 결론이 이어졌다.
“연관이 없다”는 문장이,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울 수 있구나 싶다.
발표 직후에는 의학 학회들의 반응도 거셌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와 모체태아의학회(SMFM) 등은 FDA의 조치를 비판하며, 임상의에게 우려스럽고 임신 환자에게 해롭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라고 밝혔다.
라벨의 문장 하나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무게로 떨어지는지,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들이 남긴 문장도 생활 쪽으로 기운다.
파라세타몰은 대개 간헐적으로 사용되며, 장기간 사용이라는 표지에는 약 자체보다도 그 사용을 부른 기저 건강 상태가 더 크게 얽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임신 중 모체의 파라세타몰 사용은 ASD, ADHD, 지적장애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결론이 아니라 한 가지 작은 행동이다.
검색을 이어가기 전에 “연관”과 “인과”를 메모장에 나란히 적어 두고, 내 불안이 어느 단어에서 시작됐는지 한 번만 확인해 보자.
약이나 치료를 스스로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에는, 개인차가 크니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