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병실 창가에서 생각한 비타민D

입원 당시엔 덜 아파 보였던 그들이, 90일 뒤에는 더 많이 사라졌다.

by 전의혁

겨울 병동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늘 부족해 보인다.
지역사회 획득 폐렴(CAP)으로 입원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볼 때면
나는 습관처럼 채혈 목록에 비타민D를 떠올린다.


“그 많은 검사 중에 굳이 그걸 왜 봐요?”
전공의가 웃으며 묻던 날, 나는 최근 읽은 한 논문을 들려줬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CAP로 입원한 성인 514명
(중앙값 74세, 여성 44.4%)을 따라가 봤다.


입원 후 48시간 안에 혈액을 뽑아
혈청 25-히드록시비타민D, 25(OH)D를 측정하고
세 그룹으로 나눴다.


20 ng/ml 이상이면 ‘충분’,
15~<20 ng/ml는 ‘불충분’,
10 ng/ml 미만은 ‘결핍’.


그리고 최대 180일까지,
누가 언제까지 살아남는지 조용히 지켜봤다.


1차 목표는 90일 사망률이었다.


분석 결과, 비타민D가 <20 ng/ml인 결핍군은
≥20 ng/ml인 충분군에 비해
교란 변수들을 보정하고도 90일 사망 위험이 약 3.5배 높았다
(OR 3.50, P = .049).


20251214 _ 폐렴 병실 창가에서 생각한 비타민D _ 2.png


180일 사망 위험도 3.27배 높았다
(OR 3.27, P = .04).


반대로, 10~<20 ng/ml ‘불충분’ 그룹은
충분군과 사망률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입원 중, 혹은 30일 이내의 단기 사망률은
결핍군이 숫자상으로는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까지는 아니었다.


급성기보다는 퇴원 후 몇 달,
그때 비타민D 결핍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힌트다.


더 놀라운 건 결핍군의 얼굴이었다.


비타민D가 가장 낮았던 사람들의 나이 중앙값은 64세.
불충분군(71.5세), 충분군(75세) 보다 오히려 젊었다.


입원 당시 폐렴 중증도 지수(CURB-65)로 봐도
질환의 심각도는 상대적으로 더 가벼웠다.


그런데도 90일, 180일 시점의 사망 위험은
이들이 가장 높았다.


대신 이 그룹에서 눈에 띄게 높은 건 다른 숫자였다.


비타민D 결핍 환자의 56%가 현재 흡연자.
다른 두 그룹은 13~15% 수준이었다.


결핍군은 비타민D뿐 아니라
비타민B12, 엽산(folate) 수치도
다른 그룹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나이는 더 젊고, 폐렴은 덜 심해 보였지만,
평소 건강 습관과 영양 상태는 가장 나빴던 사람들.
그들의 피에서는
“나는 부족하다”는 신호가 겹겹이 켜져 있었다.


연구팀은 고찰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혈청 25(OH)D 농도가 20 ng/ml를 넘으면
그 이후로는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평평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10 ng/ml 결핍 상태는
일관되게 나쁜 예후와 연결된다.


이번 결과와 기존 연구들을 합쳐 보면
혈중 25(OH)D를 20 ng/ml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향적 관찰 연구,
‘서바이빙 뉴모니아(Surviving Pneumonia Study)’의 한 갈래에 불과하다.
어떤 종류의 비타민D 보충제를
어떤 환자에게, 언제, 얼마나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무작위 대조시험이 더 필요하다.


20251214 _ 폐렴 병실 창가에서 생각한 비타민D _ 2-1.png


그래도 이 연구가 내게 남긴 그림은 분명하다.


입원 당시엔 젊고
폐렴도 덜 심해 보였던 사람들 중 일부가
90일, 180일 뒤 통계 속 사망 숫자로 더 많이 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이
비타민D <20 ng/ml,
여기에 흡연, 다른 미량 영양소 부족까지
겹쳐 있다는 사실.


비타민D 결핍은 단지
한 가지 비타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과 영양 전반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그래서 요즘 폐렴 환자를 볼 때면
나는 나이와 X-ray뿐 아니라
이 질문을 하나 더 떠올린다.


“이 사람의 몸속 창고는 얼마나 비어 있을까.”


비타민D를 포함한 미량 영양소 상태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맞춤형 보충을 시험해 보는 임상 연구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언젠가는 병실 창문을 조금 더 활짝 열고
“당분간은 햇빛과 비타민D,
그리고 담배 없는 생활을
치료 계획의 한 줄로 같이 적어 볼까요?”
라고 말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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