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기침이 유난히 무겁게 들리는 날

돌연변이가 많아진 H3N2 ‘K 변이’가 독감 급증의 실마리가 된다

by 전의혁

올겨울은 “몸살로 꼼짝 못 하겠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약국 문이 열리면 찬 공기와 함께 기침 소리가 먼저 들어온다. 손 소독제 냄새가 코끝에 걸리고, 목이 잠긴 목소리들이 처방전을 건넨다. 나는 ‘감기’라는 단어가 오늘은 유독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건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사례’가 많아진 계절에 가깝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앤드루 페코시는 “갑자기 모두가 단지 ‘사례’만이 아니라 ‘매우 많은 사례’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에서 독감 시즌은 평소보다 더 일찍 시작됐고, 더 빠르게 가속화됐다.


올해 독감은 ‘빨리’ 시작했고, ‘많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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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6 독감 시즌은 영국과 유럽 대부분, 일본에서 예상보다 한 달 일찍 시작됐다. 일본은 예상치 못하게 많은 감염자 수로 독감 유행(flu epidemic)을 선언했고, 호주는 평소보다 최소 한 달 더 길게 이어졌다고 한다. 캐나다 공중보건국의 엘레니 갈라니스는 “모든 주와 준주에서, 동시에, 확진 사례 수가 대규모로 증가했다”며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H3N2의 해다.


과학자들이 의심하는 핵심은 우세종으로 부상한 새로운 균주다. 올해 많은 사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H3N2 아형이며, ‘서브클레이드 K(subclade K)’로 불리는 변이가 9월에 전 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됐고 지금은 전 세계 인플루엔자 감염의 약 80%를 차지한다. 페코시는 “모든 현상은 이 클레이드 K 변이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변이가 ‘많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핵심적인 돌연변이가 매우 많아, 이전 시즌 바이러스들에 비해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의 유사성이 훨씬 낮다. 그래서 면역계와 백신을 더 쉽게 ‘피해 가도록’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백신이 완벽히 맞지 않아도, 중증을 막는 근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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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에는 타이밍이 얽혀 있다. 모델링에 따르면 K 변이는 이르면 지난해 2월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6월이 되어서야 서열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북반구 독감 시즌 백신 균주를 선정한 뒤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스콧 헨즐리는 “불일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1월 6일 공개된 프리프린트(preprint)에서 헨즐리 연구진은 일부 사람들에서 백신이 K 변이에 대해 중증 질환을 예방할 만큼 충분한 항체를 유도한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는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K 변이가 유독 낯선 이유는, 표면 단백질의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백신에 포함된 H3N2 균주와 비교하면, K 변이는 헤마글루티닌에서 11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spikes)를 만들고, 숙주 세포에 부착하고 융합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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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존 허들스턴은 2007년 이후 H3N2가 보통 반년마다 1~3개의 추가 아미노산 차이를 축적해 왔다고 말하며, 이번처럼 짧은 기간의 돌연변이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했다. 헨즐리는 이 단백질에서 단 하나의 돌연변이만 있어도 항체가 돌기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카고대학교의 사라 코비는 어떤 돌연변이가 급증을 견인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또 하나의 배경을 떠올리게 된다. ‘돌아올 때가 됐다’는 말이다. 지난 독감 시즌들에서 H3 바이러스의 순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 H3N2 부상의 요인일 수 있다는 데 바이러스학자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2024–25 시즌에 H3는 미국 사례의 약 절반, 유럽 사례의 약 40%였고, 그래서 이번 시즌 시작 때 집단 면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언젠가는 돌아오도록 되어 있었다.


WHO 인플루엔자 참고·연구 협력센터의 이언 바는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이 낮아 면역 수준을 유지하는 데 감염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H3가 오래 밀려나 있을 가능성은 낮았고 “언젠가는 돌아오도록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제시 블룸은 미국에서 시즌이 아직 이르다며 정확한 비교는 조심스럽지만, “평균보다 나쁜 독감 시즌”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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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상담 끝에, 한 문장을 조용히 남긴다. 이번 시즌은 ‘느낌’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만큼 변이가 달라졌고, 그래서 더 빨리 번지고 더 크게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백신이 완벽히 맞지 않는 해에도 중증을 막는 근거가 있다는 점을, 가능한 한 담담하게 말해 주는 것.


독감 예방과 치료의 선택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위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접종이나 치료에 대한 결정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조율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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