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밤, 이마에 전극을 붙이기 전에

FDA 승인 소아 ADHD 자극기, 엄격한 임상시험에서 효과 차이가 없다

by 전의혁

괜찮아 보이는 선택이, 가장 조심스러운 선택일 때가 있다.


약국 셔터를 내리고 난 뒤, 카운터 위에 남은 건 얇은 전단지 몇 장과 화면 속 기사 한 줄이다. “FDA 승인”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다음에야 “효과 없다”가 따라온다. 손끝으로 종이를 만지작거리다 보면, 마음이 먼저 앞질러 간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기대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을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약 말고 다른 방법’이라는 말 앞에서 비슷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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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상시험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FDA가 승인한 소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기기, 외부 삼차신경 자극기가 위약과 비교했을 때 증상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월 16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를 보고했고, “뇌 치료 임상시험에서 적절한 위약 조건을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첨단 뇌 치료에서는 위약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특히 ‘이걸로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환자와 가족에서 그렇다.


이 기기는 아이가 잠자는 동안 이마에 전극을 붙이는 방식이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극이 삼차신경을 자극하고, 뇌간을 활성화해 ADHD와 연관된 다른 뇌 영역을 자극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안면신경의 한 가지(branch)를 표적으로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설명만 읽어도, 누군가는 그 밤을 붙잡고 싶어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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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는 2019년, 외부 삼차신경 자극(TNS)을 ADHD 치료를 위한 최초의 비약물 기기로 승인했다. 배경에는 62명의 아동이 참여한 소규모 미국 임상시험이 있었고, 한 달 동안 매일 밤 8시간씩 자극을 적용한 뒤 ADHD 증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험은 자극기를 ‘아무 자극도 하지 않는 조건’과 비교했고, 아이들이 자신이 자극을 받는지 여부를 알고 있었을 수 있어 위약 효과가 결과를 흐렸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그래서 연구진은 더 엄격하게 다시 보았다. 영국에서 ADHD 아동과 청소년 150명이 참여한 후속 시험을 실시했고, 더 엄격한 위약 방법을 사용했다. 절반은 4주 동안 매일 밤 약 9시간 실제 자극을 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전극을 부착하되 1시간마다 30초씩만, 더 낮은(효과가 없는) 수준의 “가짜(sham)” 자극을 받았다. 한 달 뒤, 두 집단 사이에 ADHD 증상의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안전했지만, 효과는 같지 않았다가 아니라 ‘차이가 없었다’였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지만, 기대를 뒷받침할 만큼의 결과도 없었다.


주저자 알도 콘티 연구원은 이번 다기관 임상시험이 이전 파일럿 연구의 핵심 한계를 해결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더 이른 연구가 더 어린 아동에 제한됐던 것과 달리 청소년도 포함했고, 장기 약물 복용 순응도의 어려움이 잘 알려진 청소년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집단이라는 점을 짚었다. “더 견고하고 임상적으로 관련성 높은 평가”를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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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 앞에서 내가 붙잡고 싶은 문장은 따로 있다. “공동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데 엄격한 근거가 필수라는 말. 어떤 치료가 효과가 있고, 어떤 치료가 효과가 없는지에 대해 최선의 근거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 기대를 꺾자는 게 아니라, 기대가 길을 잃지 않게 하자는 쪽에 가깝다.


오늘 밤은 메모장에 두 줄만 적어본다. 내가 기대하는 것 한 줄, 이번 시험이 보여준 것 한 줄. 그리고 다음 상담이나 진료에서 그 두 줄을 그대로 꺼내 질문으로 바꿔본다. 치료 선택이나 변경은 개인차가 크니,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근거를 놓고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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