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바이러스 앞, 코의 ‘첫 반응’이 증상을 가른다
같은 감기인데, 어떤 날은 유난히 크게 아프다.
아침 7시 반, 약국 셔터를 올리기 전에 손끝이 먼저 차가워진다.
주머니 속 휴지를 꺼내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유리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에 숨을 짧게 고른다.
그날의 컨디션은 목보다 코에서 먼저 드러날 때가 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코 안에서의 ‘첫 반응’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겨울에 유난히 코가 시릴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출근길 찬 공기만 마시면 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 드는가?
이번 연구는 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인 리노바이러스를 두고, 비강(코 통로)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증상 여부와 심각도를 가르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일 의과대학의 면역학자 엘런 폭스먼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흔한 감기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자세한 그림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감기는 “누가 더 약하냐”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사람의 비강 조직을 배양한 뒤 리노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코와 폐의 내벽에서 세포와 분자 수준의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반응이 아주 빨랐다.
면역계가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하면서, 감염된 세포가 1% 미만에 그쳤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단백질이고, 이 반응이 빠르면 바이러스는 병을 만들기 전에 막혔다.
1% 미만으로 끝나는 감기가 있다.
반대로 인터페론 반응이 지연되거나 교란되면, 바이러스는 훨씬 쉽게 퍼졌다.
이런 경우에는 30% 이상의 세포가 감염됐고, 염증과 과도한 점액이 유발됐다.
우리가 흔히 “아, 진짜 감기 걸렸다”라고 느끼는 그 전형적인 증상이다.
30%를 넘기면, 몸은 ‘증상’으로 항의한다.
폭스먼은 “무엇이 저울추를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지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다만 더 좋은 결과, 또는 더 나쁜 결과와 연결되는 단서들은 보였다.
예를 들어 최근 다른 바이러스 감염을 앓았던 사람은 이미 인터페론 반응이 활성화돼, 새 바이러스를 더 빠르게 물리칠 수 있다.
온도도 중요해 보인다.
코와 폐에 더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면 인터페론 생성이 느려질 수 있고, 그만큼 바이러스가 퍼질 시간이 늘어난다.
감기가 겨울에 더 흔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환경도 조용히 개입한다.
오염 물질이나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 같은 다음 노출 요인에 대한 면역 반응을 바꿔놓을 수 있고, 그 변화는 대체로 더 해로운 염증 반응을 뜻한다고 폭스먼은 설명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컨디션 관리”라는 말이 사실은 “노출 관리”일 때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구가 감기를 예방하는 단 하나의 방법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래도 같은 바이러스 앞에서 누군가는 가볍게 지나가고, 누군가는 크게 앓는 이유를 “코 안의 타이밍”으로 설명해 준다.
오늘은 밖 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면, 코가 먼저 시리지 않게 숨을 조금 천천히 들이마셔도 좋겠다.
증상이 오래가거나 숨이 차고 열이 동반된다면, 그때는 조용히 의료진과 상의하는 쪽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