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중심 식단이 만성 신장질환(CKD)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
몸이 피곤한 날은 밥상을 챙기는 일부터 버겁다.
저녁 장을 보고 돌아와 싱크대에 봉지를 내려놓는다.
통조림 뚜껑을 만지작거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는다.
짠맛이 당기는 날일수록 몸은 더 조용히 신호를 보낸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환경에 끌려가는 감각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주변에 ‘건강한 선택’이 잘 보이지 않을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바쁠수록 손이 쉬운 쪽으로 먼저 가나?
최근 연구는 식물 중심 식단이 만성 신장질환 위험 감소와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토머스 M. 홀랜드는 여러 식물 중심 식단이 신장 건강을 지지한다는 점을 더 분명히 해준다고 말했다.
환경이 덜 우호적일수록 식사는 더 중요한 보호막이 될 수 있다.
홀랜드는 특히 식이 패턴을 유전적 데이터와 환경적 데이터, 분자 데이터와 통합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가 흥미롭게 본 대목은 ‘환경’이었다.
식단의 보호 효과가 녹지 공간 접근성이 낮은 개인에서 더 강하게 보였고, 건강한 식사가 환경적 위험 요인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붙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썼다.
2006~2010년에 40~69세였던 자원자 50만 명 이상을 모집해 만들었고, 이후 추적 관찰로 질환 발생을 기록해 온 데이터베이스다.
연구진은 기저 시점에 CKD가 없던 179,508명의 식단을 24시간 식이 회상 설문으로 평가했다.
중앙값 12.1년을 따라간 동안 4,819명, 즉 2.7%가 CKD를 새로 진단받았다.
그리고 4가지 분석 각각에서 EAT-랜싯 식단 준수도가 높을수록 CKD 위험은 낮았다.
숫자는 차분했지만 방향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EAT-랜싯 지구건강 식단(planetary health diet)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불포화 오일이 중심이다.
해산물과 가금류는 낮거나 중간 정도로 포함한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첨가당, 정제 곡물, 전분질 채소는 거의 넣지 않거나 전혀 넣지 않는다.
이 식단은 ‘참조 식단’이면서, 지속가능하도록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safe planetary boundaries)’를 목표로 설계됐다.
홀랜드는 신장 건강 관점에서 EAT-랜싯 식단이 DASH 식단이나 지중해식 식단보다 CKD 위험 감소 측면에서 범주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붉은 고기와 포화지방, 첨가당에 대한 더 명시적인 정량적 제한이 있고 이 제한이 염증 및 대사 경로를 더 엄격히 조절해 추가 이점을 줄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그는 한계도 분명히 했다.
자가 보고 식단이라는 점, 제한된 인구 다양성, 관찰 연구라는 성격 때문에 인과 결론은 내릴 수 없다고 짚었다.
좋은 방향을 보여주지만 ‘원인’이라고 말하진 않는 태도였다.
식물 중심 식단이 신장에 좋을 수 있는 이유도 이 글 속에 들어 있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 콩류, 불포화 지방이 풍부한 식단은 항염증 지방산 수준이 더 높고 염증 표지자 수준이 더 낮은 것과 연관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지표들이 CKD 위험 감소를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신장 혈관과 여과 단위를 서서히 손상시킨다.
또 통곡에 가까운 식물성 식품이 많은 식단은, 동물성 식품 비중이 큰 식사보다 나트륨 섭취를 낮추는 경향이 있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다만 고도로 가공된 식물성 대체육은 나트륨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고기를 줄이면 장내 미생물군이 만드는 요독성 독소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티로신과 트립토판 같은 아미노산을 발효해 p-크레솔과 인돌 전구체를 만들고, 신체가 이를 p-크레실 황산염과 인독실 황산염으로 처리한다.
이 물질들이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해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섬유는 또 다른 길로 돕는다.
장내 미생물군이 부티레이트 같은 항염증 단쇄지방산을 만들도록 연료가 된다.
대장 통과 시간을 빠르게 해 요독성 독소 생성이 제한되고 배출이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다른 분석에서는 변비가 CKD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결국 ‘무엇을 빼느냐’만이 아니라, ‘어떻게 흐르게 하느냐’도 식사의 일부가 된다.
오늘 내 식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은 ‘하나 더’다.
같은 메뉴라도 채소나 콩류처럼 통곡에 가까운 식물성 식품을 하나 더 얹어보는 것.
신장질환 위험이 있거나 혈압과 당뇨병 같은 요인이 있다면 개인차가 크니, 식단이나 보충제, 치료 계획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