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봉지를 묶으며, ‘섬유’를 떠올렸다

식이섬유를 ‘필수 영양소’로 보자는 던디대 지원 연구

by 전의혁

아는 것과 챙기는 일은 다르다.
아침에 토스트 한 장을 꺼내며 빵 봉지를 다시 묶는다.
씹는 소리는 가볍고 배는 금방 조용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후가 되면 몸이 먼저 허전해진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빠진 성분을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느낌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특히 “대충 먹어도 되겠지”라는 날이 쌓일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섬유는 늘 ‘중요하다’고만 해두고 지나치나?


20260204 _ 식이섬유, ‘필수 영양소’로 승격해야 하는 이유 _ 2.png


영국의 스코틀랜드에 있는 던디대학교 지원을 받은 새 연구는 식이섬유가 전반적인 인간 건강을 위해 ‘필수 영양소’로 간주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연구의 요지는 단순하다. 섬유에 ‘필수’라는 이름표를 붙이자는 것이다.


이 주장을 앞에 세운 사람 중 한 명이 던디대 보건학부 실험 위장병학 명예교수 존 커밍스다.
필수 영양소로 인정되려면 조건이 있다.
인간 건강에 유익해야 한다.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야 한다. 결핍되면 측정 가능한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야 한다.


연구진은 이제 식이섬유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한다.
섬유는 늘 옆자리에 있었는데, 이름표만 없었다.
커밍스 교수는 개인의 섬유 섭취를 늘리면 다른 어떤 필수 영양소보다도 더 큰 수준의 건강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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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든 사람이 섬유가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중요성은 종종 간과된다”고도 했다.
그가 꼽은 이유는 익숙하다.
많은 사람의 식단은 가공식품으로 구성돼 있고, 이런 식품에서는 섬유가 대체로 제거돼 있다는 것이다.


귀리, 통곡물, 콩류, 과일, 채소는 영양학적 프로필이 좋다.
커밍스 교수는 여기에 섬유가 더해지면 “탁월하게 뛰어난 프로필”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50년 넘게 섬유를 연구해 왔지만 대중의 섬유 섭취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흐름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영국의 섬유 섭취량은 여전히 권장 수준보다 훨씬 낮다는 말로 이어진다.
그는 이번 논문이 논쟁을 촉진하고 섬유 섭취가 건강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부각하기 위해 출판됐다고 설명했다.
이름표를 붙이면, 세상이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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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스 교수는 인식이 확산되면 식품 제조업체와 정책 결정자에게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제품을 재배합하도록 변화를 이끌거나 공중 보건에 의미 있는 이익을 가져오도록 말이다.
2025년 국민 식단 및 영양 조사는 현실을 숫자로 보여줬다.


영국 성인 중 정부가 권고하는 하루 30g 섬유 섭취 권장량을 충족한 사람은 단 4%에 불과했다.
내 토스트가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많은 이유가 그 숫자 안에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 논문은 “좋다”를 넘어서 “필수다”라는 표현을 꺼내 든다.


이번 연구는 커밍스 교수가 오타고 에드거 당뇨병 및 비만 연구 센터의 앤드류 레이놀즈 교수, 짐 맨 교수와 함께 수행했다.
레이놀즈는 섬유 섭취와 건강 결과 사이에 인과적 연관성이 있는지 검토했고, 압도적으로 유익하다는 근거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섬유 섭취가 늘어날 때 체중,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이 개선되는 흐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수십 년 동안 추적했을 때 섬유 섭취가 높은 사람들은 심장질환, 제2형 당뇨병, 대장암이 더 적고, 조기 사망할 가능성도 더 낮다고 말했다.
그래서 통곡물, 콩류, 채소, 통과일 같은 고섬유 식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당한 건강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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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맨 교수는 장내 미생물군을 꺼내 들었다.
장내 미생물군은 우리가 먹는 식이섬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존재하고,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은 다양한 건강 이점과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섬유 섭취가 늘면 전 세계적으로 비감염성 질환 부담을 눈에 띄게 줄일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 내가 붙일 수 있는 작은 이름표는 하나다.
빵을 고를 때 ‘통곡물’이라는 단어를 한 번 더 보는 것.
과일을 먹을 때 ‘주스’가 아니라 ‘통과일’을 떠올리는 것.


특정 질환이 있거나 식단을 크게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 몸의 조건을 아는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조절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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