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두 개의 밤, 눈은 더 눌릴 수 있다

녹내장과 안압을 ‘잠자리 습관’에서 다시 보는 연구

by 전의혁

잠들기 직전, 베개를 한 번 더 끌어당기는 버릇이 있다.
불 끄기 전 침대 모서리에 앉아 목이 편한 각도를 찾는다.
쿠션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20~35도쯤 올라가면, 오늘도 잘 버틴 것 같아 안심이 된다.


나는 그 자세가 ‘좋은 수면’이라고 믿어 왔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편안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습관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눈이 뻑뻑한 날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목이 편해야 잠이 오는 편인가.


그런데 1월 27일 《영국 안과학 저널》에 실린 연구는 조용히 말을 건다.
녹내장 환자에게는 그 “편한 자세”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20260206 _ 녹내장, 베개 두 개가 야간 안압을 올린다는 새 연구 _ 2.png


연구진은 베개 두 개로 머리를 20~35도 들어 올린 자세와 비교했을 때, 베개 없이 잔 경우 안압이 더 낮게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녹내장에서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 손상과 비가역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녹내장 환자의 3분의 2에서, 머리 아래에 베개를 두 개 정도 받치고 잘 때 안압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한다.


베개는 왜 눈과 연결될까.


연구진 설명은 단순하다.
베개를 겹쳐 받치면 목의 위치가 변하면서 경정맥이 압박될 수 있다.
그 결과 눈 안의 액체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은 편해졌는데, 눈 안의 길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연구가 흥미롭다.
‘약을 늘리기 전에’ 손이 먼저 가는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대학교 제2부속병원 안센터 소속 카이쥔 왕 연구팀은 야간 안압 관리가 그동안 안압 저하 약물의 종류·빈도를 늘리거나, 보조적인 레이저 치료에 기대는 방식이 많았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비약물적 보조 접근이 야간 안압 관리에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연구는 그 질문을 ‘베개’로 시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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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녹내장 환자 144명에게 두 조건을 번갈아 적용했다.
하나는 일반 크기의 베개 두 개로 머리를 20~35도 들어 올린 상태였다.
다른 하나는 베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수면 중 일정한 간격으로 안압을 측정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머리를 들어 올린 자세에서 안압이 유의하게 더 높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구진은 그 자세가 안관류압도 유의하게 낮췄다고 밝혔다.
안관류압은 눈의 작은 혈관을 통해 혈액이 들어가는 데 버팀목이 되는 압력이다.
연구진은 높은 베개 자세가 안압 상승과 안관류압 감소와 연관되며, 장기적인 안압 조절에 잠재적으로 불리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고 썼다.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녹내장 환자는 경정맥 압박을 유발할 수 있는 수면 자세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이런 행동 조정은 임상 진료에서 장기적인 안압 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단순하지만 잠재적으로 효과적인” 보조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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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밤, 베개를 ‘한 번 더’ 끌어당기기 전에 멈춰볼 생각이다.
침대 옆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내 목이 아니라 내 눈이 어떤 밤을 보내는지 잠깐 상상해 보는 것이다.


오늘은 단 하나만 바꿔보자.
베개를 하나 줄이거나, 가능하다면 아예 빼고 누워보는 것.


다만 녹내장 치료는 개인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약이나 치료 계획을 바꾸는 일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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