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의 불빛, 심장은 무심하지 않았다

‘올빼미형’ 생활이 심장 건강과 만날 때

by 전의혁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나만 깨어 있는 밤이 있다.
새벽 두 시, 거실 조명은 최소로 낮추고 휴대폰 화면만 켠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냉장고 문을 잠깐 열었다가 닫는다.
세상은 조용한데 내 머리만 또렷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리듬의 방향이 다른 삶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일이 끝난 뒤에야 내가 시작되는 날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밤이 되면 비로소 ‘내 시간’이 오는 편인가?


20260207 _ 야행성 생활, 심장 건강 나빠지는 4가지 경로 _ 2.png


그런데 새 연구는 그 ‘내 시간’이 심장엔 조금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중년과 고령의 ‘야행성(올빼미형)’은 심장 건강이 더 나쁜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식단, 흡연, 수면 부족·불규칙 같은 생활습관 요인이 함께 얽혀 있을 가능성을 들었다.


수석 연구자인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의 시나 키아네르시는 저녁형 사람들이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더 선택하기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식단의 질이 낮아지거나 흡연을 하거나, 수면이 부족해지거나 수면이 불규칙해지는 방식이다.


결과는 숫자로도 또렷했다.


야행성은 평균적인 수면 패턴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전반적인 심장 건강 점수가 나쁠 가능성이 79% 더 높았다.
여기서 평균적이란, 보통 늦게까지 깨어 있지 않고 아주 이르게 일어나지도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또 약 14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위험이 16% 더 높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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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침형’은 심장 건강 점수가 낮을 가능성이 5% 더 낮았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건, 표본이 크고 생활 패턴이 비교적 세분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평균 연령 57세, 3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에서 확인됐다.
참여자 중 약 8%는 자신이 확실한 저녁형이라고 답했고, 취침 시간이 자주 자정 이후로 넘어갔다.
24%는 아침형, 67%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더 불리해질까.


키아네르시는 저녁형 사람들이 ‘일주기 불일치’를 자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체내 생체시계가 낮-밤의 빛 주기나 일상적인 생활 일정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내 몸은 밤을 살고 싶은데, 세상은 낮에 맞춰 돌아가는 느낌.


또 하나, 야행성의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의 심장 건강 점수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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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소식이 ‘운명’처럼 들리진 않았으면 한다.


이번 연구는 야행성에서 관찰된 위험 증가분의 약 75%가 생활습관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시 말해, 위험의 상당 부분이 바꿀 수 있는 선택들에 기대어 있다는 뜻이다.


미국심장협회의 ‘일주기 패턴과 심장 건강’ 성명서 자원봉사 위원장인 크리스틴 너트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저녁형에서 더 높은 심장질환 위험이 흡연과 수면 같은 수정 가능한 행동과 부분적으로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형에게도 심혈관 건강을 개선할 선택지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너트슨은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저녁형이 본질적으로 덜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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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걸 ‘밤을 끊어야 한다’로 읽고 싶지 않다.
밤이 내게 주는 집중과 고요를, 누군가는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 밤을 살더라도, 내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밤의 끝을 10분만 앞당겨보자.


새벽 두 시 불빛을 끄는 시간을, 딱 10분만.


그리고 심장이나 수면에 관련된 변화는 개인차가 크니, 기존 치료나 약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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