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이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높았다
암을 이겨낸 뒤에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있다.
저녁 장을 보러 마트에 들른 날이었다.
계산대 불빛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손끝엔 비닐장갑의 미끈함이 남아 있었고, 나는 포장지 뒷면을 뒤집어 성분표를 훑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이후의 삶’을 챙기려는 경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큰 일을 지나온 뒤에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병원 일정이 조금 줄어든 날, 오히려 식탁이 더 불안한가?
치료가 끝나도, 식사는 끝나지 않는다.
새 연구는 그 ‘이후의 식사’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먹는 암 생존자일수록 사망 위험이 높았다고 보고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식단을 가진 생존자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59% 더 높았다.
또한 초가공식품 섭취가 가장 낮은 생존자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원인에서든 사망할 가능성이 48% 더 높았다.
연구진은 2005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이탈리아의 암 생존자 800명 이상을 추적했다. 이들은 중앙값 14.6년 동안 관찰됐는데, 절반은 이보다 더 오래, 절반은 더 짧게 추적됐다는 뜻이다.
모든 참가자는 자신의 식습관 데이터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일상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는 사람들은 가장 적게 먹는 사람들에 비해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라벨 한 줄이, 내일의 컨디션을 바꾼다.
연구를 이끈 마리아라우라 보나초 박사는 “암 진단 이후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는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음식이 얼마나 가공됐는지보다 영양소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식품의 산업적 가공에 관여하는 물질들이 대사 과정에 간섭하고, 장내 미생물군을 교란하며,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겉으로는 최소 가공 또는 ‘자연’ 식품과 칼로리와 영양 구성이 비슷해 보여도, 몸에는 더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초가공식품은 포화지방, 전분, 첨가당처럼 통식품에서 추출한 물질로 대부분이 만들어진다.
더 맛있게 만들고, 더 보기 좋게 보이며, 보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다양한 첨가물을 포함한다.
예로는 포장된 제과·베이커리 제품, 당분이 많은 시리얼, 바로 먹을 수 있거나 데워서 먹는 제품, 델리(가공육 코너) 냉육 등이 있다.
연구진은 이 연관성이 염증과 심박수 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염증과 안정 시 심박수는 초가공식품 섭취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설명했고, 그 비율은 37% 였다.
중요한 건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식단 전체’였다.
보나초는 초가공식품의 전체 섭취량이 개별 품목 하나하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초가공식품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섭취를 신선하고 최소 가공된 집밥 쪽으로 옮기는 것이 의미 있고 유익한 접근이라고 정리했다.
그래서 나는 그날, 계산대 앞에서 기준을 하나만 꺼냈다.
라벨에서 ‘재료 5개’를 먼저 보는 것.
그리고 식품 첨가물이 하나라도 있으면 잠깐 멈춰 서는 것.
그 조건에 걸리면, 오늘은 굳이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오늘은 라벨에서 ‘재료 5개’만 먼저 보자.
의학 기사에 제시된 통계 자료는 일반적 경향을 제공하며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치료나 식단을 바꾸고 싶어지는 날이 오면, 내 상황에 맞게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며 조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