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척에 비타민 C를 찾던 밤

비타민 C는 ‘감기약’이 아니라 ‘바탕’에 가깝다

by 전의혁

콧물이 나기 시작하면, 마음이 먼저 약국으로 달려간다.


저녁 마감 직전이었다.
카운터 위엔 감기약 코너에서 집어 든 비타민 C가 놓여 있었다.
나는 라벨의 mg를 한 번 보고, ‘지금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을 조용히 읽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일정이 쌓인 주에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목이 간질거리면, 제일 먼저 비타민 C부터 찾는 편인가?


비타민 C는 감기 치료제가 아니다.


20260211 _ 비타민 C, 감기약 아닌 진짜 역할 한눈에 정리 _ 2-1.png


근거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에서 비타민 C는 감기를 의미 있게 예방하지 못한다.
감기 유사 감염의 경과에서도 이점은 미미하다고 정리돼 있다.
그래서 “궁극의 감기 비타민”이라는 별명은, 말만큼 단단하진 않다.


감기에서 중요한 건 ‘한 번’이 아니라 ‘규칙’이다.
그리고 그 규칙은 대개 ‘증상 이전’에 작동한다.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하루 최소 200 mg 용량의 위약대조 연구들을 묶어 봤다.
일반 인구에서 규칙적인 비타민 C 보충은 감기 발생을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줄이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다만 예외도 있었다.
마라톤 선수나 아한대 훈련 군인처럼, 짧은 기간의 강도 높은 활동이나 한랭 스트레스가 포함된 연구들에서는 감기 발생이 줄었고 상대위험도는 대략 0.48이었다.


20260211 _ 비타민 C, 감기약 아닌 진짜 역할 한눈에 정리 _ 2.png


규칙적으로 먹었을 때의 효과는 작지만 남는다.
감기 지속기간은 성인에서 약 8%, 어린이에서 약 14% 감소했다.
어린이에서 하루 1~2 g 용량은 대략 18%까지 더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증상이 시작된 뒤에만 복용했을 때는, 지속기간이나 중증도에서 일관된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 기척에만 기대를 거는 방식은, 근거가 충분히 쌓여 있진 않다.


그런데 비타민 C가 필요 없는 건 또 아니다.
L-아스코르브산으로 불리는 비타민 C는 사람에게 필수적인 수용성 비타민이고, 인체는 이를 합성할 수 없다.
그래서 식이를 통한 규칙적인 섭취가 필요하다.


비타민 C의 진짜 역할은 ‘회복’의 바탕에 가깝다.


비타민 C는 환원제이자 항산화제로 작용한다.
대사 과정이나 염증, 담배 연기 같은 외부 스트레스가 만드는 산화 스트레스에서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20260211 _ 비타민 C, 감기약 아닌 진짜 역할 한눈에 정리 _ 2-2.png


식탁에서의 비타민 C는 사소한 조건에 흔들리기도 한다.
과일과 채소가 주된 공급원이고 감자도 언급된다.
평균 섭취량이 대략 100 mg/일이라는 자료는,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이 ‘적절한 상태’의 기반임을 강조한다.
다만 비타민 C는 빛, 산소, 물, 특히 열에 민감해 저장과 조리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어, 물을 적게 쓰고 조리 시간을 짧게 하거나 찌기, 데치기 같은 방식이 권장된다고 한다.


권장량은 구체적이다.
독일영양학회는 성인 남성 110 mg/일, 성인 여성 95 mg/일을 제시한다.
임신 중 105 mg/일, 수유 중 125 mg/일로 올린다.
흡연자는 더 높게 보며 여성 135 mg/일, 남성 155 mg/일이다.


결핍은 평균 뒤에 숨어 있을 때가 있다.


결핍 기준은 섭취량으로 보기도, 혈청·혈장 농도로 보기도 해서 역치가 다양하다.
그럼에도 독일의 한 횡단면 연구에서는 17.4%가 5 mg/L 미만으로 ‘불충분’에 해당했고, 3.3%는 1.5 mg/L 미만으로 잠재적 괴혈병 유발 결핍으로 간주됐다.


20260211 _ 비타민 C, 감기약 아닌 진짜 역할 한눈에 정리 _ 2-3.png


특히 위험이 커지는 상황도 정리돼 있다.
섭취가 낮거나 흡수장애가 있거나, 질병으로 필요량이 늘거나 손실이 증가할 때다.
투석을 받는 만성 신장질환, 바리아트릭 수술 이후, 만성 염증성 장질환 같은 경우가 언급된다.


비타민 C는 언제나 무해하다고만 보긴 어렵다.
고용량에서는 설사나 경련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성인의 허용상한 섭취량은 2000 mg/일로 제시된다.
독일 연방 위해평가원은 건강기능식품 1일 섭취량 기준 최대 일일 용량을 200 mg/일로 제안한다.


그래서 나는 비타민 C 병을 들었다가도, 마지막에 한 번 더 묻는다.
나는 ‘감기 한 번’이 급한가, 아니면 ‘결핍 위험’이 있는가.


오늘은 약통보다, 과일과 채소 쪽으로 한 번 옮겨 본다.


걱정이 계속되거나 만성질환, 흡연, 투석, 수술 후 상태처럼 상황이 겹친다면, 내 몸에 맞는 섭취와 용량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며 조율해도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약국 불 끄기 전, 뇌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