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는 걸 피하지 않던 날

공황을 낮춘 건 ‘이완’이 아니라 12주의 짧은 질주

by 전의혁

가슴이 먼저 달아나는 날이 있다.


약국 문을 닫고 나면 셔터가 내려가는 소리만 또렷해진다.
카운터 위 영수증을 정리하다가 내 호흡이 갑자기 빨라진 것을 늦게 알아차린다.
심장이 조금만 빨라져도 손끝이 차가워져서 나는 괜히 물컵부터 찾는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먼저 울리는 경보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숨이 가빠지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튀어나오던 때가 있었다.
혹시 당신도 두근거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도망칠 길을 먼저 찾는 편인가?


공황장애에는 이완 기법이 흔히 권고된다.
그런데 2월 8일 발표된 연구는 그와 다른 길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짧고 간헐적인 고강도 운동이 표준 이완 기법(점진적 근육 이완) 보다 공황 발작의 중증도와 빈도를 낮추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효과적이었다.


20260216 _ 공황장애, 30초 스프린트가 이완요법을 이겼다 _ 2.png


피하는 대신 익숙해지는 쪽.


이번 연구가 겨눈 것도 결국 그 감각이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빠른 심장 박동이나 숨 가쁨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예기치 않은 발작이 반복되면 일상이 촉발 요인으로 가득한 ‘지뢰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연구는 미국 인구의 대략 2.7%가 이런 경험을 한다고 덧붙인다.


지금까지 치료의 ‘골드 스탠더드’로 자주 언급되는 건 인지행동치료(CBT)다.
그 안에는 내수용감각 노출이라는 기법이 있다.
통제된 환경에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은 신체 증상을 일부러 유발해 뇌가 “이건 해롭지 않다”를 다시 배우게 하는 방식이다.


숨이 차오르는 감각을 뇌가 다시 배우는 시간.


문제는 그 유발 방식이 종종 인위적이었다는 점이다.
의자에서 빙빙 돌거나 빠르게 호흡하는 식으로 증상을 만들어 왔다.
이번 연구는 같은 목표를 운동으로 보다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다.


20260216 _ 공황장애, 30초 스프린트가 이완요법을 이겼다 _ 2-1.png


임상시험에서 성인 102명은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 집단은 점진적 근육 이완을 했고, 다른 집단은 운동 세션에 참여했다.
운동은 매번 15분 걷기로 시작했다.
이어서 30초 고강도 스프린트를 여러 차례 하고, 그 사이사이에 회복 시간을 둔 뒤 마지막에 다시 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12주간 진행됐다.


여기서 눈에 걸린 문장이 하나 있다.
참가자들 중 누구도 공황장애 치료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변화가 ‘약의 보조’가 아니라 ‘몸을 다루는 훈련’에 가깝다고도 읽혔다.


6개월 시점에서 운동 집단은 공황 증상, 불안, 우울에서 더 가파른 감소를 보였다.
게다가 운동 집단은 이완 집단보다 세션을 더 즐겼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가 그 대목에서 이해됐다.


즐겼다고 말한 쪽은 운동이었다.


20260216 _ 공황장애, 30초 스프린트가 이완요법을 이겼다 _ 2-2.png


연구진은 이 접근이 두려움을 촉발하는 바로 그 신체 증상에 대한 내성을 기르도록 돕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저자 리카르도 윌리엄 무오트리도 12주간의 짧고 강도 높은 간헐적 운동 프로그램이 내수용감각 노출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는 이를 “자연적이며 저비용”의 노출 전략으로, 그리고 임상 현장 밖에서도 수행될 수 있는 방법으로 언급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가능하다면 ‘30초만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가, 잠깐 회복하는’ 리듬을 한 번 떠올려보는 것.


불안이 크거나 운동이 겁나는 날이라면, 내 몸에 맞는 속도부터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잡아도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알약 하나가 60%를 내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