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불안이 ‘가속 노화’와 유의하게 연결된다는 연구
나이 든다는 말이 먼저 아픈 날이 있다.
세수하고 거울을 닦아도 물자국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스킨케어 병뚜껑을 닫으며 나는 괜히 눈가를 한 번 더 들여다본다.
주름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제부터는 내려가기만 하겠지” 같은 생각이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미래가 오늘로 밀려오는 감각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부모님 병원 예약 문자를 확인한 날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거울보다 달력을 먼저 보는 편인가?
“걱정하면 주름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새 연구는 그 말이 과소평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은 ‘가속 노화’와 유의하게 연결돼 있었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주름은 거울에 남지만 걱정은 몸의 ‘나이’에도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뉴욕대학교 글로벌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이 수행했다.
주저자 마리아나 로드리게스는 “주관적 경험이 노화의 객관적 지표를 이끌고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노화 관련 불안은 심리적 우려에 그치지 않고 실제 건강 결과를 동반해 신체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은 미국 중년층 연구에 참여한 여성 726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노화, 즉 몸이 겪어온 마모와 손상에 근거한 ‘나이’를 산출했다.
그리고 그 값을 달력 나이와 비교해 노화에 대한 불안이 가속 노화에 기여했는지를 살폈다.
중년 여성은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로드리게스는 노화하는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예로 들었다. 나이 든 가족이 더 늙고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될까” 걱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대목에서 내 휴대폰 알림 창의 병원 예약 문자가 한 번 더 떠올랐다.
분석 결과는 단순했다.
노화에 대한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가속 노화와 유의하게 관련이 있었다.
특히 건강 악화에 대한 걱정이 가속된 생물학적 노화와의 연관성이 가장 강했다.
반대로 모든 걱정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건 아니었다.
매력 저하와 생식력 저하에 대한 불안은 가속 노화와 관련이 없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건강 관련 우려는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는 반면, 아름다움과 생식력에 대한 걱정은 나이가 들면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이 한 사람의 생애 전반에 걸쳐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선임 연구자 아돌포 쿠에바스는 노화 불안을 “측정 가능하고 수정 가능한 심리적 결정요인”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그 요인이 노화 생물학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연구진은 다른 요인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불안이 음주나 흡연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런 행동을 고려해 분석을 보정했을 때 불안과 빠른 노화 사이의 연관성은 감소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불안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 효과를 더 탐색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노화를 보편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로서 노화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오늘은 거울 앞에서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본다.
내 얼굴이 아니라 내 마음이 오늘 어디에 서 있는지.
불안이 오래 머무는 날이라면 그 불안을 혼자만의 방식으로만 달래지 않아도 좋다.